“전과 10범 백광석, 자존심 꺾은 중학생에 복수한 것”

입력 2021-08-08 06:42 수정 2021-08-08 11:29
방송화면 캡처

16살 중학생 아들을 살해한 새아버지 ‘백광석’의 잔인한 범행이 방송을 통해 공개되면서 대중들의 분노를 사고 있다. 예견된 범행이었음에도 제대로 된 조처가 이뤄지지 않아 결국 살인 사건으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방송화면 캡처

지난 7일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는 ‘다락방의 침입자들-제주 중학생 살인사건의 진실’이라는 부제로 제주 중학생 살인 사건을 재조명했다. 사건은 지난 7월 18일 제주 조천읍에서 발생했다. 16살 김경현군이 본인의 집 다락방에서 숨진 채 발견되면서다.

김군의 몸엔 타살 흔적이 역력했다. 발견 당시 손과 발이 테이프로 결박돼 있었고 무언가에 목이 졸려 있었다. 부검의는 “가장 치명적인 상처는 목의 허리띠 자국”이라며 “목에 졸린 흔적이 있다. 그것이 직접적인 사인이 된 것 같다”고 설명했다.

김군을 살해한 범인은 백광석(48)과 김시남(46)이다. 그중 백광석은 두 달 전까지만 해도 김군의 어머니와 사실혼 관계에 있었다. 김군의 어머니 박혜은(가명)씨는 “왜 그 애를 죽였는지 이해가 안 간다”며 분노했다.

두 사람의 모습은 CCTV에 고스란히 담겼다. 18일 오후 3시16분 사람들의 눈을 피해 낮은 담을 타고 지붕으로 올라간 두 사람은 다락방 창문을 통해 집안으로 침입했다. 방학이라 홀로 시간을 보내는 김군의 손과 발을 테이프로 묶고 목을 졸랐다. 시신엔 여러 개의 결박 흔적이 남았다.

동네 주민들은 아이의 죽음에 충격을 받았다. 범인인 백광석을 아이의 아빠로 알고 있던 주민들의 충격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다. 이들은 3년 전 각각 자녀가 있는 상태에서 가정을 꾸린 재혼 가정이었다. 네 명의 가족을 동네 사람들도 평범한 가족으로 알고 있었다.

중학교 동창이었던 백광석은 박씨에 대한 집착이 커졌고 이로 인한 부부싸움이 잦아졌다. 지난 5월 식당 개업을 준비하면서 이들의 갈등은 최고조에 달했다. 컵으로 박씨의 머리를 내려친 백광석은 이를 계기로 폭력적인 성향을 드러냈다.

이에 김군은 새아버지인 백광석에게 강하게 반발했다. 그런데도 박씨가 헤어지지 못한 이유는 백광석의 협박 때문이다. 그는 “네가 제일 사랑하는 아들을 죽이고 죽을 거다”라고 입버릇처럼 말했다. 큰 싸움 이후 백광석은 집을 나갔지만, 불쑥 찾아와 박씨 목을 조르는 등 폭력을 행사했다.

결국 모자는 지난 7월 초 경찰에 신변보호 요청을 했고 경찰의 조치로 집에 CCTV를 설치하기도 했다. CCTV엔 두 모자의 일상과 두려움이 담겼다. 매번 CCTV가 잘 작동하는지 확인하는 모습에서 언제 어디서 백광석이 나타날지 모른다는 긴장감이 느껴졌다. 불안해하는 엄마에게 김군은 “걱정하지 마, 엄마 지킬 거니까. 난 남자잖아”라고 위로했던 것으로 전해져 안타까움을 더했다.

백광석은 검거 후 혐의를 인정하면서도 고의성은 부인하고 있다. 우발적 살인이라는 주장이다. 하지만 사건 당일 행적을 살펴보면 우발적 범행으로 보기 힘들다. 사건 당일 이른 시간부터 범행을 준비한 것은 물론 백광석 계좌에서 김시남 계좌로 700만원을 이체한 정황도 포착됐다. 백광석은 범행 후 3시간가량 집에 머물다 나왔고 그 시간 동안 김군의 휴대전화를 부수고 집안 곳곳에 식용유를 뿌리고 다녔다.

백광석은 경찰 조사에서 자살을 시도하려 했다고 주장했다 한다. 그러나 주변 사람들과 통화하는 과정에서 마음이 변해 범행 현장을 나와 도주한 것이라고 진술했다는 것이다. 그는 도주한 모텔에서 또다시 자살을 기도하려 했지만 검거되는 바람에 할 수 없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자살을 하려 했다면 시간적 여유가 충분했다”며 “오히려 엄마까지 죽이고 불을 지르고 나오려 했을 개연성이 굉장히 높다”고 분석했다.

범행 동기에 대해서는 피해의식에서 온 보복심리라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의 경우 아들 때문에 자존감에 상처가 난 것”이라며 “자신의 자존심을 꺾은 아들에게 꼭 복수하겠다고 생각한 것”이라고 말했다.

취재 과정에서 만난 백광석의 가족들은 그가 크고 작은 금전 문제를 빈번하게 일으켰고 과거 동거했던 여성을 폭행했다고 증언했다. 실제 그는 헤어진 연인들을 괴롭혀 처벌받은 등 이미 전과 10범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대해 전문가는 “신상 공개라든지 신변 보호 프로그램 가동 시 백광석의 범죄 전력에 대해 더욱 세밀한 검토가 이뤄졌다면 어땠을까”라며 안타까워했다.

특히 신변보호 프로그램이 가동되면서 스마트 워치 지급이 결정됐지만, 제때 전달되지 못하면서 안타까운 상황이 발생했다. 혜은씨는 “6일에 스마트워치가 있었다면 이런 일은 없었을 것”이라며 “19일에 갖고 와서 죄송하다, 너무 늦게 드렸다고 얘기하더라. 아이가 죽은 다음에 주면 뭐하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백광석의 거주지를 경찰에 알렸다고 한 박씨는 “여러 차례 신고했고 백광석이 전과 10범이라는 걸 알고 있었는데… 영장 갖고 와서 그를 잡았다면 이런 일은 없었을 것”이라며 분노했다.

전문가들도 “이번 사건이 스마트 워치를 제때 지급하지 못한 것도 미흡했지만 가해자의 신병을 적극적으로 확보하지 않은 것”이라며 “가해자를 제재하는 데 초점을 두지 않는 이상 가정폭력 사건이 해결되기를 원하는 것은 거의 허구에 가깝다. 피해자를 완벽하게 숨기는 방법으로 이 사건은 해결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예견이 가능했고 예방할 수 있었던 이번 사건에 대해 “가해자의 폭력의 역사가 있었다. 또한 피해자가 구체적으로 위험 상황을 자세하게 진술했다”라며 “의무 체포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