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살인자되는 거 아냐’ 고교생들, 30대 폭행치사 청원

입력 2021-08-08 05:11 수정 2021-08-08 11:43

경기도 의정부시에서 30대 남성이 고등학생들과 시비를 벌이다 폭행당해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숨진 남성은 어린 딸과 아들을 둔 가장으로 전해져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미성년자인 가해자들의 엄벌을 촉구하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8일 의정부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4일 오후 11시쯤 의정부시 민락동 번화가에서 30대 A씨와 고교생 6명 사이에 시비가 벌어졌다. A씨는 의식을 잃고 쓰러져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다음 날 숨졌다.

경찰은 고교생 6명의 신원을 확보했고, 싸움이 벌어진 현장의 CCTV 영상 등을 확인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부검을 통해 A씨 사망과 폭행의 연관성 등을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날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엔 ‘고등학생 일행 6명이 어린 딸과 아들이 있는 가장을 폭행으로 사망하게 만들었다’는 글이 올라왔다. 자신을 숨진 남성의 선배라고 소개한 청원인은 “오늘 부검이 이뤄졌고 목, 이마, 얼굴 곳곳에 멍이 있었다고 하며 뇌출혈로 피가 응고돼 폭행으로 인한 사망으로 판명났다”고 전했다.

그는 사건 경위에 대해 “8월 5일 저녁 10시30분쯤 내 후배가 어느 가게에서 술을 마시고 민락2지구 광장 쪽으로 귀가하는 중 어린 6명 고등학생과 시비가 붙었다. 그러고 나서 제 후배는 쓰러졌고 근처에 있던 대리기사 두 분이 쓰러진 걸 보시고 오셔서 심폐소생술을 해줬고 그 고등학생 일행 중 1명이 무서웠는지 경찰에 신고했다”고 설명했다. 경찰에 따르면 폭행을 한 고등학생 2명은 현행범으로 체포됐으며, 현재 조사 중에 있다.

또 청원인은 “전날 내가 커뮤니티에 목격자를 찾는 글을 올리자 여러 명의 같은 학교 학생들이 제보를 해줬다”면서 “그 (고등학생) 친구들은 항상 민락동 번화가에서 6~10명 정도 모여 다니며 술을 마시고, 여러 차례 대상을 물색해 술 취한 여성이나 남성에게 일부러 시비를 걸고 그걸 또래 친구들에게 자랑삼아 얘기하고 다닌다고 한다”고 했다. 그는 “친구들끼리 ‘이번에는 그 사람 식물인간 됐대’ ‘우리 이번에는 살인자 되는 거 아니냐’ 등의 이야기를 했다고 한다. 이게 고등학생들이 할 행동이냐”고 분노했다.

청원인은 “이번 일을 계기로 법이 바뀌어 다른 피해자가 발생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했다. 현재 이 청원은 관리자 검토를 위해 비공개로 전환된 상태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