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아 낙마, 멀어지는 재건축 완화…꼬이는 오세훈 부동산정책

입력 2021-08-08 05:00 수정 2021-08-08 05:00

김현아 서울주택도시공사(SH) 사장 후보자 낙마, 재건축 규제완화 지연 등으로 오세훈 서울시장의 부동산 정책이 동력을 잃고 있다. 김 후보자의 자진 사퇴로 SH사장 공백이 장기화되면서 공공임대주택 및 장기전세주택 사업이 표류하고, 서울 집값 상승으로 정부의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 완화 가능성이 낮아지면서 민간 재건축 활성화도 내년 6월 지방선거 전에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오 시장의 4·7 보궐선거 당선에는 재개발·재건축 정상화를 통한 주택시장 안정에 대한 기대감이 크게 작용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실제로 재개발·재건축 규제완화 이슈가 있는 지역에서 오 시장의 득표율이 높았다. 서울시는 지난 4월 21일 비정상적인 거래가 포착되고 매물소진과 호가급등 현상이 나타난 강남구 압구정동, 영등포구 여의도동, 양천구 목동, 성동구 성수동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했다.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인 5개 행정동의 경우 4·7 보궐선거 결과 해당동이 속한 구 전체와 비교해 오세훈 후보의 득표율이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후보의 득표율보다 높게 나타났다. 그만큼 재개발·재건축 규제완화에 따른 부동산 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선거에 반영된 결과로 분석된다.

아파트 재건축 규제완화는 정부의 안전진단 기준 완화여부에 달려있다. 하지만 정부는 집값이 안정되기 전에는 안전진단 기준 완화가 어렵다는 입장이다. 노형욱 국토교통부장관은 최근 아파트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완화와 관련해 “지금 시장이 안정상태로 돌아간 것이 아니다”며 일축했다.

정부의 잇단 고점 경고에도 불구하고 서울 집값은 1년8개월여 만에 최고 상승폭을 기록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이달 첫째 주(2일 기준) 서울 아파트 가격은 0.20% 오르며 지난주(0.18%)보다 상승폭이 커졌다. 이는 지난 2019년 12월 셋째주(0.20%) 이후 85주 만에 최대 상승폭이다. 가파른 서울 아파트 값 상승세는 중저가 단지가 많은 ‘노도강’(노원·도봉·강북구)과 강남 재건축 단지가 주도하고 있다.

서울시의회도 재건축 규제완화에 신중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김인호 서울시의회 의장은 지난 6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오 시장이 주택공급을 위해 규제 완화를 공약했는데 이로 인해 부동산 가격이 폭등하고 근래 최고치를 기록했다”며 “이런 이유로 (재개발·재건축 규제 완화) 정책을 빨리 서둘러야 하는 일인지 좀 고민에 빠져 있다.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 의장은 “오 시장의 재개발·재건축 관련 사업들도 시의회 예산 심의를 받아야 한다”면서 “주택 공급이 단시간에 될 수 있는 일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오 시장은 지난 5월 재건축 정상화를 통해 내년부터 2025년까지 연평균 2만2000가구, 총 11만 가구를 공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부동산 시장 불안정과 서울 집값 상승이 계속 이어질 경우 정부의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 완화는 물건너가고, 서울시의 주택공급 확대 계획에도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서울시는 지난 6일 SH 사장 후보자를 재공모했다. SH 임원추천위원회에 따르면 오는 13일까지 후보자 서류 접수를 받는다. 위원회가 1차 서류심사와 2차 면접심사를 거쳐 서울시장에게 최종 2명을 추천하면, 시장이 1명을 지명하고 시의회 인사청문회를 거쳐 최종 임명된다. 서울시 고위관계자는 8일 “이번 후보자 사퇴 과정에서 나타난 문제점을 보완해 검증을 철저히 할 것”이라며 “SH 사장 공백이 길어지지 않도록 속도감있게 후보자를 추천해 시장이 지명하면 시의회와도 인사청문회 일정을 협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시는 SH를 통해 공공·임대주택과 장기전세주택 공급에 나설 계획이었다. 하지만 오 시장이 취임한 지 4개월이 지났는데도 SH 사장은 여전히 공석중이다. 새 후보자가 시의회 인사청문회를 통과하더라도 빨라야 이달 말에나 임명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김재중 선임기자 j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