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인비 “이번이 마지막 올림픽…결과 아쉽다”

입력 2021-08-07 14:55 수정 2021-08-07 14:56
한국 여자 골프 대표인 박인비와 체코 클라라 스필코바가 6일 일본 사이타마현 가와고에의 가스미가세키 컨트리클럽에서 열린 여자 골프 3라운드 18번홀에서 경기를 마친 뒤 인사를 하고 있다. 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다음 올림픽은 없다고 생각해요. 3년 뒤는 좀 힘들지 않을까요”

‘골프 여제’ 박인비(33)가 자신의 올림픽 여정을 마무리했다.

박인비는 7일 일본 사이타마현 가와고에시의 가스미가세키 컨트리클럽(파71·6천648야드)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골프 여자부 최종 4라운드에서 2언더파 69타를 쳤다. 최종합계 5언더파 279타로 20위권으로 대회를 마쳤다.

박인비는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5년 후에도 기량을 유지해 태극마크를 달고 도쿄올림픽 무대에 다시 섰다. 하지만 성적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그는 나흘간 69-70-71-69타를 쳤다.

박인비는 “오늘이 가장 나았다. 마무리가 괜찮았다”며 “5년 정도 준비하는 과정에서 힘든 일도 있었지만 과정이 아쉽지는 않은데 결과는 좀 아쉽다”는 소회를 밝혔다.

박인비는 3년 뒤에 열리는 2024 파리올림픽 출전은 바라보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리우와 이번 올림픽을 했다. 3년이 남았다고 하지만 제게는 긴 시간 같다”며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이번 대회에 임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리우올림픽 전까지는 흐르는 물에서 미끄러져 가듯 편안하게 경기를 풀어갔는데, 리우 이후로는 젊은 선수들과 매주 경쟁하면서 흐르는 물을 거슬러 올라가는 5년을 보낸 것 같다”고 힘들었던 올림픽 준비 시간을 뒤돌아봤다.

이어 “그래도 제가 불가능한 위치가 아니라 ‘할만하다’고 생각한다. 다만 그전보다 훨씬 더 많은 힘을 쏟고 완벽한 플레이를 해야 한다”며 “그래서 3년 뒤는 저한테 좀 힘들지 않을까”라고 올림픽 도전을 멈추는 이유를 설명했다.

한국 여자 골프 대표인 박인비가 6일 일본 사이타마현 가와고에의 가스미가세키 컨트리클럽에서 열린 여자 골프 3라운드 18번홀에서 그린을 살피고 있다. 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박인비는 후배들을 향한 당부도 잊지 않았다. 그는 “앞으로 3년이라는 시간이 있다. 올림픽이라는 무대는 운동선수라면 한 번 이상은 꼭 경험해봤으면 하는 무대다. 파리에 4명의 선수가 갔으면 좋겠다”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박인비는 리우올림픽에서는 부상을 극복하고 금메달을 땄다. 도쿄올림픽을 앞두고는 10위권으로 떨어졌던 세계랭킹을 3위로 끌어올려 다시 태극마크를 다는 의지를 보여줬다.

박인비는 “태극마크를 다는 게 저한테 큰 목표였다. 애국심이 엄청 강해서가 아니다. 국가대표로 발탁되기 위한 과정은 나 자신과 싸움이자 여러 힘든 일을 겪어낸 결과물이기 때문”이라며 “모든 올림피언에게 메달을 수여해야 한다”며 웃었다.

박인비는 다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로 돌아가 메이저 우승을 노린다. 그는 이미 메이저 7승을 기록 중이지만, 2015년 이후 메이저 대회 우승이 없다. 목표는 오는 19일 개막하는 AIG 여자오픈(브리티시오픈)이다.

최민우 기자 cmwoo1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