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년 전 사라진 여성…‘살인범’ 찾았지만 석방된 이유는?

입력 2021-08-07 05:13

24년 전 서울에서 실종된 뒤 행방이 묘연했던 여성이 당시 남자친구에 의해 살해된 사실이 경찰 수사 결과 드러났다. 경찰은 문제의 남자 친구를 끈질기게 설득해 자백을 받아냈지만 공소시효가 지난 탓에 석방됐다.

7일 전북경찰청에 따르면 사건은 24년 전인 1997년 초 발생했다. 당시 28세였던 여성 A씨가 가족과 연락이 끊긴 뒤 실종됐으나 당시 A씨의 행방이나 사건은 미궁 속으로 빠지면서 장기 미제사건으로 남았다.

전북경찰청은 최근 ‘당시 범행에 가담한 공범 중 한 명이 사건을 폭로하겠다며 범인을 협박하고 있다’는 첩보를 입수했다.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한 경찰은 당시 주범인 A씨와 함께 범행에 가담한 후배 두 명을 상대로 조사를 벌였다.

법원에서도 이례적으로 체포영장을 받아 지난 5일 대전에서 A씨를 붙잡았다. 이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강제수사가 아니고서는 시신을 찾을 수가 없어 경찰에 영장을 청구했고 법원이 발부했다”며 “오랜 시간이 지난 탓인지 시신을 찾을 수는 없었다”고 설명했다.

A씨를 집중 추궁하자 “B씨가 나의 외도를 의심해 화가 나 범행을 저질렀다”고 실토했다. 그러나 이미 공소시효가 지난 뒤여서 처벌은 어려운 상태다. A씨는 1997년 2월 A씨와 후배 2명이 서울 중구에서 전북에 있는 어머니의 집에 가자며 B씨를 차에 태웠다. 이후 익산IC 부근에서 차를 멈춘 A씨는 후배들에게는 ‘차 밖에 나가 있으라’고 말한 뒤 B씨를 무차별 폭행해 살해했다.

A씨는 후배 두 명과 함께 B씨의 시신을 김제의 한 도로공사 현장 웅덩이에 암매장한 뒤 달아났다. 경찰은 이같은 진술을 토대로 유골 탐색에 나섰지만 아직 성과는 얻지 못했다. 경찰은 다음 주부터 유골을 찾는 작업을 재개한다는 입장이다.

경찰 관계자는 “형사사건에 대한 실체적 진실 규명이 수사기관의 책무이기 때문에 공소시효가 지났다고 하더라도 수사를 진행했다”며 “형사소송법상 처벌 대상이 아니고 결정적인 증거인 시신을 찾지 못해 A씨와 공범을 석방했다”고 말했다.

B씨의 사망 소식을 들은 유족은 경찰에 감사하다는 마음을 전하면서 가해자를 처벌할 수 없다는 사실에 개탄스러워한 것으로 전해졌다 유족은 유골을 찾는 대로 장례를 치른다는 계획이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