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이 우리가 가장 강한 타이밍이야”…3분 뒤 게임이 끝났다

입력 2021-08-07 00:51 수정 2021-08-07 01:29

올드 벗 골드(OLD BUT GOLD). T1 ‘페이커’ 이상혁의 여름을 함축하는 문장이다.

T1은 6일 서울 종로구 LCK 아레나에서 열린 ‘2021 LoL 챔피언스 코리아(LCK)’ 서머 시즌 정규 리그 2라운드 경기에서 젠지에 2대 1로 이겼다. T1은 이날 승리로 10승6패(세트득실 +6)를 기록했다. 순위표에선 5위 자리를 지켰다.

베테랑 중 베테랑인 이상혁의 풍부한 경험이 빛을 발한 날이었다. 이상혁은 이날 노련한 오더로 팀을 진두지휘했다. 그중 압권이었던 건 3세트. 27분경 블루 버프를 사냥한 뒤 미드로 향한 이상혁은 팀원들에게 “지금이 우리가 가장 강한 타이밍”이라고 강조하며 더 공격적인 운영으로의 변주를 요구했다.

T1은 팀이 가장 강한 타이밍을 잘 이용했다. 내셔 남작 둥지 인근 시야를 장악하고, 곧 두 번째 내셔 남작이 등장하자 사냥에 돌입했다. 젠지가 이를 저지하기 위해 달려들었지만 이상혁의 말처럼 양 팀의 화력 차이가 벌어진 상황이었다. 전투에서 대승을 거둔 T1은 상대의 탑 마지노선까지 뚫어내 승리를 확정지었다.

이상혁은 왜 그런 말을 했을까. 경기 후 기자실 밖에서 국민일보와 만난 이상혁은 “양 팀의 조합과 한타 구도, 2코어와 3코어로 벌어진 아이템 보유 상황을 봤을 때 우리가 가장 강할 타이밍이 그때로 보였다”고 밝혔다. 본인만이 가진 ‘리그 오브 레전드(LoL)’ 빅데이터에 따른 판단이냐고 묻자 그는 말없이 웃으며 고개만 끄덕였다.

물론 이상혁뿐만 아니라 T1의 다른 선수들도 당시 내셔 남작 싸움에서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에 차 있었다. ‘오너’ 문현준은 아펠리오스를 플레이한 ‘구마유시’ 이민형이 3코어 아이템으로 ‘무한의 대검’을 산 것을 근거로 삼았다.

경기 후 국민일보와 인터뷰에 응한 문현준은 “이민형이 무한의 대검을 보유하고 있어 앞선 내셔 남작 싸움처럼 상대가 저돌적으로 들어오면 강타 싸움을 하기 전에 녹일 수 있다고 자신했다. 모두가 그렇게 판단했다”고 귀띔했다.

윤민섭 기자 fla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