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파노 라바리니 감독이 이끄는 한국 여자배구 대표팀이 브라질의 완벽한 ‘스피드 배구’에 막혀 사상 첫 결승 진출에 실패했다.
한국은 6일 일본 도쿄의 아리아케 아레나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여자배구 4강전에서 브라질에 세트 스코어 0대 3(16-25 16-25 16-25)으로 대패했다.
수비부터 공격까지, 브라질의 플레이는 대처하기 힘든 빠른 스피드로 이뤄졌다. 여기에 탁월한 운동신경과 강한 스파이크까지 곁들여졌다. 심지어 브라질은 높이에서도 한국을 압도(블로킹 득점 3-15)했다. 8강까지 그랬듯 철저한 대비를 하고 나온 한국 선수들도 완벽한 브라질의 ‘스피드 배구’에 대처하긴 힘겨워보였다.
브라질은 페르난다 로드리게스(17득점) 가브리엘라 기마레스(12득점)는 물론 주전 라이트 탄다라 카이세타가 도핑에 적발돼 빠지면서 대신 들어온 로사마리아 몬티벨러(10득점)까지 한국 코트를 맹폭했다. 한국은 김연경(10득점)과 박정아(10득점)가 분전했지만, 전반적으로 브라질의 분위기에 눌려 경기를 제대로 풀어나가지 못했다.
1세트 한국은 강팀 브라질에 고전했다. 브라질의 낮고 강력한 서브는 한국 선수들의 리시브를 흔들었고, 다양한 위치에서 터지는 강력한 스파이크가 한국 코트 곳곳에 꽂혔다. 환상적인 디그도 수차례 나오면서 한국이 오히려 범실을 연발했다. 라이트 김희진은 이번 경기에서도 1세트부터 부진한 경기력을 보이며 세트 중반 정지윤과 교체됐다. 교체해 들어온 정지윤이 좋은 컨디션을 보인 게 위안이었다.
한국의 강점은 끈끈한 수비였다. 2세트 브라질은 한국의 포기하지 않는 수비를 쉽사리 떨쳐내지 못했다. 김희진, 염혜선 등의 강서브도 점차 날카롭게 들어가기 시작하면서 치열한 경기가 이어졌다. 하지만 전위와 후위 어디에서든 이어지는 브라질의 공격은 너무 강력했다. 반면 한국의 공격은 캐롤리나 다 실바와 페르난다 로드리게스 등 브라질 선수들의 블로킹에 자주 막혔다. 결국 한국은 1세트와 똑같은 점수 차로 2세트까지 내줬다.
3세트에서도 분위기는 좀처럼 살아나지 못했다. 한국 선수들은 준비된 플레이를 하기 위해 애썼지만, 리시브와 블로킹, 수비와 공격까지 빠른 스피드로 완벽하게 이뤄지는 브라질을 따라가기에도 벅찼다. 결국 한 번도 리드를 잡지 못한 채 경기를 내줬다.
아직 포기하긴 이르다. 한국은 8일 열릴 세르비아와의 3·4위 결정전에서 45년 만의 메달 획득에 도전한다.
도쿄=이동환 기자 hu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