얘를 어떻게 버렸니…온동네 녹인 백구의 ‘심쿵’ 눈웃음 [개st하우스]

입력 2021-08-07 08:04 수정 2021-08-07 08:04
개st하우스는 위기의 동물이 가족을 찾을 때까지 함께하는 유기동물 기획 취재입니다. 사연 속 동물에게 도움을 주고 싶다면 유튜브 '개st하우스'를 구독해주세요

"슬픈 눈망울 속에는 이런 개구쟁이가 숨어 있었구나" 서울 마포구 하늘공원을 떠돌던 백구 '하늘이'가 주민들의 도움으로 무사히 구조돼 건강을 회복한 모습.

“방금 마포 하늘공원에서 가슴줄을 한 채 버려진 백구를 발견했어요. ‘앉아’ ‘손’까지 척척 해내는 똑똑한 녀석인데 잡히지는 않네요.” (지난 6월 19일)
“이 글을 읽고 사료를 주고, 치료비 모금에 함께한 시민들 감사합니다.” (6월 21일)
“백구가 다행히 마취총 쓰지 않고 구조됐답니다. 이후 임시보호, 혹은 입양해줄 분을 기다립니다.” (6월 22일)

지난 6월, 서울시 마포구 주민들의 페이스북 커뮤니티 ‘망원동 좋아요’에 올라온 제보글입니다. 평소에는 3만여 회원이 중고물품을 거래하던 커뮤니티는 이따금 유기동물의 사연이 올라올 때면 수십 명씩 힘을 모아 구조부터 치료비 모금까지 척척 해냈다는 미담이 가득한데요. 이번에 소개할 유기견도 2개월 전 마포 주민들의 온정 덕분에 떠돌이 생활을 청산하고 새로운 가족을 기다리고 있답니다. 눈웃음이 매력적인 14㎏의 작은 백구, 하늘이의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마포구 주민들은 유기동물 공고 앱, SNS 커뮤니티에 백구의 소식을 꾸준히 올리고, 구조, 임시보호, 후원금 모금 등 힘을 보탰다. 제보자 제공



산책줄 달고 1개월 떠돌아도…미소 잃지 않던 백구

하늘이는 약 2개월 전 마포구 하늘공원에서 처음 발견됐습니다. 막 산책이라도 나온 듯 노란 가슴줄(하네스)를 두른 녀석은 홀로 산책로를 헤매다가 만나는 주민들에게 간식을 구걸했어요. 스피츠 견종을 닮은 웃는 표정을 한 채 떠도는 녀석을 주민들은 ‘하늘이’라고 부르며 밥을 챙겨주었죠.

지난 6월 발견 당시 하늘이 모습. 제보자 제공

"밥 좀 주세요..." 하늘이는 '앉아' '손' '기다려' 등 사람 말을 알아들었다. 제보자는 "가정견으로 길러지다가 버림받은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제보자 제공

하지만 웃는 얼굴과는 달리 하늘이의 건강 상태는 하루가 다르게 나빠졌어요. 하늘공원은 쓰레기매립장이었던 난지도를 메우고 조성한 공원이라서 인접한 주택가가 없었어요. 유기견으로서는 주워먹을 음식물쓰레기조차 구할 수 없는 최악의 환경이었죠. 떠돌이 생활 1개월만에 하늘이는 갈비뼈가 드러날 만큼 야위고, 온몸의 털이 듬성듬성 빠졌습니다. 동네 중고장터앱과 SNS 커뮤니티에는 ‘저러다 하늘이가 쓰러지겠다’ ‘치료와 임시보호를 진행하려면 구조를 서둘러야 한다’는 제보글이 속속 올라왔어요.

보다 못해 직접 구조에 나선 주민들이 있습니다. 유기견을 입양해 기르는 20대 제보자 지은(가명)씨가 앞장섰어요. 지은씨는 하늘이 제보글을 올린 주민들에게 협조를 구했고, 그 결과 하늘이의 구조부터 임시보호처 섭외, 120만원에 이르는 치료비 모금까지 야무지게 준비가 끝났답니다.

3년전 눈감은 ‘상암이’ 덕분…무사히 구조된 백구

지난 6월 20일, 지은씨와 마을 주민 3명은 하늘이의 구조에 나섰습니다. 굶주린 하늘이가 사료를 먹는 동안 몰래 산책줄을 채우려고 했으나, 경계심이 강한 하늘이는 사람이 다가오면 사료를 먹다가도 몇m씩 물러났어요. 몇 시간 뒤에는 119 대원들이 출동했는데 커다란 사이렌 소리와 대형 포획망을 들고 걸어오는 대원들의 모습에 놀란 하늘이는 숲속으로 사라졌습니다. 약 5만2000평(축구장 약 26개)으로 국내 최대 규모의 공원에 숨어든 하늘이를 잡을 방법은 없었어요.

하늘이가 발견된 마포 하늘공원 전경. 과거 서울시의 쓰레기 매립지였던 난지도에 조성된 5만평 규모의 국내 최대 공원이다.

이튿날 지은씨는 두 번째 구조를 시도했어요. 향긋한 닭가슴살을 평소 급식 자리에서 흔들자 하늘이가 빼꼼, 고개를 내밀었습니다. 제보자는 이날만큼은 하늘이를 위협하지 않도록 바닥에 낮게 앉아서 간식을 내밀었고, 하늘이는 낚아채듯 간식을 가져갔어요. 그렇게 반복하기를 5시간여. 마침내 백구는 마음을 열고 제보자의 말에 따라 ‘앉아’ ‘손’을 척척 하더니 가만히 목줄까지 받아들였답니다.

이대로 공원 입구까지 목줄을 잡아당기면 구조 성공일텐데…. 마음 여린 제보자는 차마 억지로 줄을 끌지 못했고, 결국 하늘이는 목줄을 대롱대롱 매단 채 사라졌어요. 하지만 지은씨의 이날 노력은 헛되지 않았죠. 다음날, 하늘이는 채워진 목줄 덕분에 구청 동물보호과 구조팀에 발견돼 동물병원에 무사히 입원했답니다.

"힝 구조됐어요" 서울 마포구청의 구조동물 공고에 올라온 하늘이 모습.

포획 소식이 전해지자 평소 하늘이를 보살피던 주민들은 ‘너만은 무사히 구조돼 다행이야’ ‘상암이가 비슷한 처지의 친구를 살렸구나’라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어요. 그런데 주민들이 말하는 ‘상암이’는 누구일까요?

상암이는 약 3년 전, 마포구의 상암월드컵경기장을 떠돌던 황색 진돗개입니다. 인근 주민들의 돌봄을 받으며 지내던 녀석은 하늘이만큼 많은 사랑을 받았고, 구조 즉시 입양처도 마련해둔 상황이었어요. 하지만 마포구청이 위탁운영하는 포획팀이 무리하게 쏜 마취총을 맞고 지난 2019년 9월 숨을 거두었습니다.



상암이를 추모하는 주민 행렬이 이어졌고, 이 사건을 계기로 마포구청 측은 유기동물을 포획할 때 마취총을 쓰지 않기로 내부 합의를 했습니다. 이런 사연 덕분에 하늘이는 위험한 마취총 없이 무사히 구조될 수 있었던 겁니다.


건강 되찾고 심쿵 눈웃음…백구 하늘이의 가족을 모집합니다

구조한 지 1개월이 지났어요. 하늘이는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요? 지난 3일 국민일보는 서울 마포구에서 임시보호 중인 하늘이를 만났어요.

"이젠 웃을 수 있어요^^" 구조 1개월만에 하늘이는 건강을 회복하고 이제는 입양을 기다리고 있다.


인근 주민의 작은 아파트에서 지내는 하늘이는 이제 사랑받을 줄 아는 반려견이 됐어요. 자신에게 호의를 베푸는 사람에게 금세 다가오고, 산책 때는 앞서가다가도 일행이 뒤처지면 기다릴 만큼 자상한 성격이랍니다. 게다가 주민들이 모금해준 후원금이 120여만원이나 있어요. 이 돈으로 곧 중성화 수술과 심장사상충 2기 치료까지 마치면 건강을 완전히 회복하게 됩니다.

하늘이는 지금까지 ‘개st하우스’에 출연한 백구 중 가장 덩치가 작은 편이에요. 보통 유기견 출신들은 식탐이 강한 편인데, 하늘이는 먹던 것을 빼앗아도 웃을 만큼 착한 천사견이랍니다.

행복한 미소 천사, 하늘이의 가족이 되어줄 분은 기사 하단의 입양 신청서를 작성해주세요.




*눈웃음이 매력적인 백구, 하늘이가 가족을 기다립니다

- 진도믹스 / 2살 추청 / 암컷(중성화X) / 14㎏
- 스피츠 견종을 닮은 작고 귀여운 외모
- 순하고 소심한 성격 / 앉아, 손, 기다려를 잘 수행함
- 심장사상충 2기 치료 중 (주민 모금으로 2~3번의 통원치료 및 중성화 비용 마련)

*입양을 희망하는 분은 아래 입양신청서를 작성해 주세요
- https://han.gl/5QaPN



이성훈 기자 김채연 인턴 기자 tell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