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2020 도쿄올림픽에서 동메달을 거머쥔 미국 여자축구팀을 향해 “좌파가 아니었다면 동메달이 아닌 금메달을 땄을 것”이라며 5일(현지시간) 비난을 퍼부었다.
가디언 등 외신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성명에서 “‘깨어있다’(Woke)는 건 곧 패배를 뜻한다”며 “깨어있다는 이들이 관여하는 모든 일은 나빠지는데, 우리 축구팀도 확실히 이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좌파 미치광이의 급진적 집단이 이끄는 우리 축구팀이 ‘깨어있지’ 않았다면 그들은 동메달 대신 금메달을 땄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세계 최강’ 수준의 미국 여자 축구대표팀이 올림픽 금메달을 따지 못한 건 좌파 성향 정치색 때문이라는 주장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사용한 ‘깨어있다’는 표현은 단어의 사용 범위가 넓어지면서 불평등이나 인종차별주의와 같은 사회 문제에 관해 잘 알고 각성한다는 의미를 갖는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직접 거명하진 않았지만 “자주색 머리칼을 가진 여성이 형편 없이 경기했고, 자기 일을 하지 않은 채 급진 좌파 정치를 생각하는 데 너무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며 선수 중 메건 러피노를 겨냥하기도 했다.
미국 여자 축구대표팀 국가대표이자 성 소수자인 러피노는 호주와의 동메달 결정에서 혼자 2골을 넣으며 4-3 승리를 기록할 수 있게 활약한 선수다.
그러나 러피노는 이전부터 자신을 트럼프에 반대하는 ‘걸어다니는 시위자’라고 칭할 정도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성·인종차별주의자라고 강하게 비판해온 바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대통령으로 재임하던 시절부터 여자 축구대표팀과 ‘불편한 인연’을 이어왔다. 지난 2019년 대표팀 주장을 맡았던 러피노는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그해 초 미국이 월드컵에서 우승할 경우 “그 빌어먹을 백악관에 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풋볼, 야구, 농구, 아이스하키 등 프로 리그 우승팀은 미 대통령으로부터 백악관에 초청되는 전통이 있지만, 트럼프의 언행 때문에 백악관에 초청받더라도 가지 않을 것이라는 의지를 내비친 것이다. 이에 트럼프 전 대통령도 “메건은 말을 하기 전에 (경기에서) 이겨야 한다”고 쏘아붙였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여자 축구 외에 다른 스포츠 선수들과도 인종차별적 언사와 비난으로 많은 갈등을 초래했다.
그는 미국 국가가 울려 퍼질 때 일부 미국프로풋볼(NFL) 선수들이 흑인에 대한 경찰의 공권력 남용에 항의해 무릎을 꿇는 시위를 벌인 것을 두고 “개자식들”이라고 칭하며 선수들이 ‘애국심이 부족하다’며 비난하기도 했다.
노유림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