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기록적인 폭우가 덮친 독일의 한 주택에서 나치 시대 유물이 무더기로 출토됐다.
지난 4일(현지시간) 영국 더 타임스 등은 “독일 서부도시 하겐에서 이모의 집을 치우던 역사 교사 세바스찬 유르트세벤이 폭우로 눅눅해진 석고보드 벽 뒤에서 갱도를 발견했다”고 보도했다.
발견된 갱도에선 상상도 못한 물건들이 숨겨져 있었다. 히틀러 초상화부터 방독면, 고장난 권총, 나치 휘장 등 나치의 유물과 함께 당시 이 지역의 임산부 현황 및 식량 배급 등의 기록이 담긴 문서 등이 무더기로 발견된 것이다.
유르트세벤은 현지 언론에 “소름이 돋는다. 홍수가 이렇게 엄청난 것을 발견하게 만들 줄 몰랐다”고 전했다. 건물 소유주인 그의 이모는 1960년대에 이 집을 매입했으나, 가족들 중 누구도 갱도와 유물의 존재를 알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해당 건물은 나치의 복지 담당기관인 인민복지기구(NSV)의 지역 본부로 쓰였던 것으로 파악됐다. 랠프 블랭크 하겐 기록보관소장에 따르면 NSV는 어린이 예방접종, 무료급식, 건강검진 등의 복지사업을 통해 이데올로기를 확산하는 역할을 맡았다. 1943년 당시 NSV 추종자는 1700만명에 달했다고 한다.
블랭크 소장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중요한 발견”이라며 “나치의 기관이 지역 사회에서 어떤 활동을 벌였는지 보여주는 유물”이라고 설명했다.
역사학자들은 1945년 4월 미군이 이 지역을 점령하기 전 나치 관계자들이 해당 유물들을 건물 사이 틈새에 급하게 버리고 간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한다녕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