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는커녕 물가 잡기도 어렵네…서민 ‘유리지갑’ 신음

입력 2021-08-07 07:30

밥상머리 물가가 국내외 악재에 요동치고 있다. 조류 인플루엔자(AI) 후폭풍, 코로나19로 인한 수요 증가에 계란 가격은 떨어질 줄 모른다. 여기다 폭염에 일부 신선식품도 일시적 가격 상승세로 지갑을 옥죈다. 가공식품은 원자재인 세계식량가격 상승세에 버티다 못해 가격을 인상하기 시작했다. 라면이 대표 품목이지만 밀가루를 사용하는 다른 제품도 원료비 상승을 버티기 힘들어 보인다.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이 제한적이고 효과도 미미하다는 게 문제다. 당분간 먹거리 물가 상승의 후폭풍을 고스란히 가계가 떠안고 가야 할 판국이다.

안 잡히는 계란 가격에 폭염 피해까지
당장 국내 사정부터가 녹록하지 않다. 대표적인 품목으로 계란이 꼽힌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농산물유통정보(KAMIS)에 따르면 6일 기준 계란 소매가는 한 판(30개) 당 평균 7140원이다. 알 크기가 큰 대란처럼 상대적으로 가격이 비싼 품목은 평균가를 가볍게 뛰어넘는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대형마트에서 판매하는 대란은 15개 당 최대 9990원까지도 거래된다.


지난 1월부터 시동을 건 상승세가 떨어질 줄 모른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1월 계란 가격은 전년 동월 대비 15.6% 오르며 두 자리 수 상승폭을 기록했다. 이후 2월부터 지난달까지 6개월 동안 매월 전년 동월보다 적게는 36.9%에서 많게는 57.0%까지 오른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다.

가격 상승 초기에는 지난해 겨울부터 올해 초까지 살처분한 1671만 마리의 산란계 여파가 컸다. 공급이 부족했었다. 최근 생산량을 회복하기는 했지만 이번에는 사회적 거리두기 영향이 나타났다.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계란 소비가 눈에 띄게 늘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1분기 계란 소비량은 전년 동기보다 6.7% 증가했다. 공급보다 소비량이 많다보니 가격 상승세가 이어지는 것이다.

정부도 손 놓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1월부터 수입 계란으로 부족한 공급을 보충하고 있다. 2억개 정도가 수입됐으며 현재도 일일 300만개 정도의 계란이 한 판 당 4900원 정도 가격으로 시중에 풀린다. 정부는 6일 물가관계차관회의를 열고 이달과 다음달에 각각 1억개씩의 수입 계란을 시중에 풀기로 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공급가를 낮춰 조만간 수입 계란 한 판 당 3900원까지 낮출 것”이라고 전했다.

뜻은 좋지만 소비자들이 체감하기가 쉽지 않다. 수입산 계란 유통량은 일평균 계란 수요(약 4500만개)의 6.7% 수준에 그친다. 저렴한 가격을 경험할 수 있는 소비자가 채 10%에도 못 미치는 것이다. 판매처를 찾는 일도 보통 일이 아니다. 대형마트에서 저렴한 수입산 계란을 찾기는 하늘의 별 따기다. 쿠팡을 통해 온라인 판매도 되고 있지만 매번 ‘품절’ 표시가 붙는다.


여기에 다른 품목까지 속을 썩인다. 사과와 배는 지난해부터 이어진 작황 부진으로 여전히 높은 가격대에 판매되고 있다. 폭염이 기름을 부었다. 시금치 등 일부 채소가 피해를 입으면서 가격을 끌어올렸다. 제철 과일은 공급 대비 수요가 늘면서 가격이 치솟았다. 수박 소비자 가격은 한 통에 3만원선까지 뛰어올랐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참외 가격은 전년 동월 대비 20.3% 상승했다.

심상찮은 국제곡물가격, 라면 등 도미노 인상 우려
가공식품에 영향을 미치는 국제곡물가격이 상승했다는 점도 악재다. 세계식량기구(FAO)에 따르면 세계식량가격지수는 지난해 6월(93.1)부터 지난 5월(127.8)까지 12개월 연속 수직상승했다. FAO가 지수를 집계하기 시작한 1990년 이후 두 번째로 긴 기간 동안 상승세를 이어갔다. 농식품 발 인플레이션인 ‘애그플레이션’이 다시 찾아오는 거 아니냐는 평가까지 나왔다.


문제는 이 지수가 국내 가공식품 가격에 시차를 두고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다. FAO가 집계하는 24개 품목별로 차이가 있지만 일반적으로 2~6개월 시차를 두고 가격에 반영된다. 1년 연속으로 오른 가격을 고려할 때 각종 가공식품 가격의 도미노 상승을 우려할 수밖에 없다. 이미 국민 먹거리인 라면은 출고 가격 인상을 예고했다. 농심은 오는 16일부터 신라면 등 주요 라면의 출고 가격을 평균 6.8% 인상한다.

영향이 하반기 내내 지속될 수 있다. FAO가 6일 발표한 7월 세계식량가격지수는 123.0으로 2개월 연속 하락세를 보였다. 하지만 품목별로 보면 대부분 수입산에 의존하는 밀의 경우 지난달에도 가격이 상승세를 기록했다. 북미 지역의 건조한 날씨와 유럽 일부 지역 폭우로 작황이 우려된다는 점이 영향을 미쳤다. 설탕 가격도 하락세인 종합지수와 정반대 방향으로 향했다. 세계 최대 생산국인 브라질의 가뭄 영향이 반영되면서 지난달보다 1.7% 상승했다. 밀과 설탕은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는 품목인 만큼 상승 추이가 우려를 살 수밖에 없다.


세계곡물가격 상승의 경우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이 적다는 점이 우려되는 부분이다. 정부는 일단 국내 생산하는 농축수산물 가격부터 잡겠다는 입장이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3일 “농축수산물 물가수준이 높고 폭염과 태풍 피해 등 추가 상승 리스크가 존재한다. 추석 전까지 농축수산물 가격 안정을 위해 추석 성수품 공급규모 확대 및 조기공급, 수입물량 확대 등 가용수단을 총동원하겠다”고 말했다.

세종=신준섭 기자 sman32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