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트 난조 박인비 “하필 도쿄올림픽에서 이럴 줄 꿈에도 몰랐죠”

입력 2021-08-06 13:03 수정 2021-08-06 13:30
박인비가 6일 일본 사이타마현 가스미가세키 컨트리클럽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여자골프 3라운드 17번 홀을 마친 뒤 선풍기 앞에서 더위를 식히고 있다. 연합뉴스

“1년에 한두 대회는 미친 듯이 안 들어가거든요. 그 한 주가 도쿄올림픽일 줄은 꿈에도 몰랐죠.”

박인비(33)는 도쿄올림픽 여자골프 3라운드를 완주한 뒤 조금은 실망한 표정으로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에 들어왔다. 현역 여자 골퍼 중 유일하게 5대 메이저 트로피와 올림픽 금메달을 모두 석권하는 과정에서 산전수전을 겪어온 박인비지만, 도쿄올림픽에선 유독 퍼트 감각이 살아나지 않아 애를 먹고 있다. 이제 최종 4라운드만을 남기고 선두와 10타쯤 벌어진 스코어만 놓고 보면 박인비의 올림픽 2연패는 쉽지 않다. 하지만 박인비는 생애 마지막일지 모를 올림픽 18개 홀을 후회 없이 완주하기 위해 샷을 다시 조준한다.

박인비는 6일 일본 사이타마현 가스미가세키 컨트리클럽(파71·6648야드)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여자골프 3라운드에서 버디 2개를 보기 2개와 맞바꿔 이븐파 71타를 적어냈다. 박인비의 중간 합계는 3언더파 210타다. 낮 12시30분을 기준으로 13개 홀을 소화한 선두 넬리 코다(미국)의 중간 합계 15언더파와 12타 차이로 벌어져 있다. 박인비의 현재 순위는 공동 26위다.

박인비는 2016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여자골프 금메달리스트다. 타이틀 홀더로 출전한 도쿄올림픽에서 2연패를 겨냥했지만, 사흘 내내 섭씨 35도 안팎을 오간 무더위 속에서 난전을 펼쳤다. 샷은 대체로 좋았지만 퍼트 감각도 유독 살아나지 않았다. 전반부 9개 홀에서 버디를 잡고 출발해도 후반부 9개 홀에서 보기로 타수를 잃는 흐름이 사흘 내내 반복됐다.

박인비는 “오늘 샷은 너무 좋았다. 하지만 그린 플레이가 좋지 않았다. 사흘 내내 퍼트를 못하고 있다면 결국 실력의 문제가 아니겠는가”라고 자평하면서 “1년에 한두 대회는 미친 듯이 안 들어가는데, 그 한 주가 (도쿄올림픽 주간인) 이번 주일 줄은 꿈에도 몰랐다. 스스로에게 너무 실망했다. 진이 빠진다”고 했다.

이어 “골프에서 플레이를 제대로 못한 이유는 수백만 가지로 설명되겠지만, 할 수 있는 것은 모두 해본 것 같다”며 “파리올림픽까지 남은 3년의 시간은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이곳까지 온 5년보다 더 긴 시간으로 느껴질 것 같다. 도쿄올림픽을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왔다. 최종 4라운드가 정상적으로 열린다면 더 나은 퍼트와 스트로크에 도전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오는 7일 같은 장소로 편성된 도쿄올림픽 여자골프 4라운드는 메달을 결정하는 최종 라운드다. 하지만 다가오는 태풍의 영향으로 개최 여부를 장담하기 어렵다. 올림픽 골프를 주관하는 국제골프연맹(IGF)은 3라운드부터 출전자 60명을 1번과 10번 홀로 분산해 빠른 진행을 유도했다.

사이타마=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