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후쿠시마산 식재료의 거래량이 감소한 것이 도쿄올림픽에 출전한 한국 대표팀 때문이라는 황당한 주장이 나왔다.
가호쿠신보는 4일 ‘후쿠시마 흙 묻은 파, 수도권서 거래 감소. 청과점 원가로 버텨’라는 제목의 기사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수도권의 대형 슈퍼마켓에 공급하는 후쿠시마현 고리야마산 파의 거래량이 급감했다.
생산 농가는 한국 선수단이 후쿠시마 식재료에 대한 우려를 표한 것이 부정적 파급 효과를 가져왔다고 보고 있다.
고리야마시의 파 생산 농업법인은 지난 7월 중순 도매상으로부터 “후쿠시마의 흙이 묻어있다”는 클레임을 들었다고 했다. 이후 파의 모양이나 흙이 붙어있는 상태 등 출하기준이 엄격해지면서 거래량이 3분의 1 수준인 400㎏로 줄었다고 주장했다.
농업법인 사장 A씨(45)는 “확증은 없지만 한국이 선수촌에서 제공되는 도시락에 포함된 후쿠시마 식재료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는 보도 직후 이런 말을 들었다”며 “화가 나서 떨림이 멈추지 않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도쿄의 중매인은 “지금 시기에 후쿠시마산 야채를 팔지 않으면 장사를 할 수 없다”면서 “도매상이나 슈퍼마켓 측이 한국 선수단의 동향을 악용해 후려치기한 것 아니냐”고 말했다.
생산 농가를 돕기 위해 후쿠시마산 파를 사들이는 움직임도 있었다.
고리야마시의 청과점 ‘시노야’는 단골이나 거래를 하고 있는 음식점에 부탁해 남은 파를 판매했다. 해당 청과점은 1kg당 300엔의 원가를 받고 600kg을 팔았다.
시노야 대표인 유타로(35)씨는 “잘못된 인식이나 감정론, 사람의 약점을 악용하는 짓은 참을 수 없다”면서 “생산자의 노력을 정당하게 평가하고 지역생산 지역소비로 풍평(風評‧잘못된 소문) 피해를 타파하고 싶다”고 말했다.
일본 정부는 도쿄올림픽을 후쿠시마 지역 식품을 홍보할 기회로 여기고 있다. 선수촌 식당 중 한 곳인 ‘캐주얼다이닝’이라 불리는 식당에서는 동일본 대지진 재해지인 후쿠시마, 미야기, 이와테 등 3개 지역 및 도쿄도에서 생산된 식자재를 이용한 식사를 제공한다.
대한체육회는 후쿠시마산 식자재 사용에 대해 우려해 한국 선수단을 위한 별도의 급식지원센터를 마련했다. 올림픽 선수촌에서 차로 약 20분 거리에 있는 헨나 호텔에 급식 지원센터를 개설하고 한국에서 파견된 24명의 조리사와 영양사들이 한국산 식자재로 만든 도시락을 선수단에게 제공한다.
이를 두고 일본 정부는 한국 정부에 공식 항의했다. 일본 정부는 “원전 폭발 피해 지역의 식재료는 안전성이 확보돼 있다”며 “방사성 물질 오염을 이유로 자국 농산물을 반입할 필요가 없다”고 했다.
집권당인 자민당의 사토 마사히사 외교부 회장도 “대접하는 마음으로 식자재에 상당한 신경을 쓰고 있다”며 “후쿠시마 현민의 마음을 짓밟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일본의 반응이 과도한 트집 잡기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한체육회가 운영하는 급식 지원센터는 선수단 영양 관리를 위해 2008년 베이징 이후 올림픽 때마다 거의 매번 운영됐다.
또 한국 선수들이 급식지원센터의 한식 도시락으로만 끼니를 해결하지 않는다. 선수 개인이나 팀이 원해서 신청하는 경우에만 도시락을 받고 그렇지 않으면 도쿄올림픽 조직위원회가 마련한 선수촌 식당을 이용한다
미국도 32t에 이르는 음식과 음료를 현지에서 조달해 선수단에 제공하고 있지만, 일본은 미국 측엔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최민우 기자 cmwoo1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