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전’ 싫다던 日 “한국, 굴욕의 2연패 당했다”

입력 2021-08-06 11:16
5일 일본 요코하마 스타디움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야구 한국과 미국의 ‘패자’ 준결승 경기. 9회말 미국의 승리가 확정되자 한국 대표팀 선수들이 더그아웃에서 침울한 표정을 짓고 있다. 요코하마=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B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 아시아 최초의 금메달을 차지한 뒤 타이틀 방어에 나선 한국 야구가 2020 도쿄올림픽 결승 문턱을 넘지 못했다. 한국은 도미니카공화국과의 동메달 결정전으로 밀려났고, 두 번째 한일전은 불발됐다.

한국 올림픽 야구 대표팀은 지난 4일 일본 요코하마 스타디움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야구 준결승 한일전에서 일본과의 경기에서 2대5로 패했다. 이로써 한국은 라이벌 일본이 결승행 직행을 따는 모습을 지켜봐야 했다.

도쿄올림픽 야구는 더블 엘리미네이션 방식을 채택해 대진이 복잡했다. 준결승에서 패한 한국이 연이어 또 하나의 준결승전에 출전하는 진풍경이 연출됐다.

한국 야구대표팀 투수 원태인(왼쪽 두 번째)이 5일 일본 요코하마 스타디움에서 미국과 가진 도쿄올림픽 야구 패자 준결승 6회말 구원 등판했지만 실점해 교체되고 있다. 요코하마=김지훈 기자

하지만 한국은 5일 미국과의 패자준결승전에서 2대7로 패했다. 지난 4일 한국을 꺾고 결승전에 먼저 올라가 있는 일본은 한국이 아니라 미국을 상대하게 됐다.

한국이 패자준결승에서 이겼다면 결승 진출은 물론 금메달 가능성까지 상황이었기 때문에 아쉬움은 컸다. 또 4일 한일전의 패배를 설욕할 수 있는 ‘제2의 한일전’이 열릴 수도 있다는 기대가 있었던 것 역시 사실이다.

일본의 결승전 상대가 결정되는 경기였던 만큼 5일 경기에 일본의 관심은 컸다. 일본 매체 ‘주니치스포츠’는 한국의 패배 소식을 전하며 “한국이 굴욕의 2연패를 당했다”는 표현을 썼다.

5일 일본 요코하마 스타디움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야구 한국과 미국의 ‘패자’ 준결승 경기. 6회초 김현수의 타격에서 미국 감독과 포수가 경기운영에 대해 상의하고 있다. 021.08.05 요코하마=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B

한국은 올림픽에서 마지막으로 야구 경기가 열렸던 2008년 베이징 대회의 우승팀이다. 게다가 경쟁력 있는 국내 KBO 리그에서 나름 최정예 선수로 대표팀을 구성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결승행 기회가 주어지는 경기에서 2연패를 한 것은 뼈아픈 결과라 할 수 있다.

이 매체는 “한국은 경기 중반 대량 실점으로 올림픽 2연패에 실패했다. 일본이 금메달을 두고 싸울 상대는 미국”이라며 올림픽 두 번째 한일전 개최 가능성이 사라졌음을 전했다.

지난 4일 도쿄올림픽 한일전 패배 후 아쉬워하고 있는 한국 야구대표팀. 요코하마=김지훈 기자

앞서 일본 온라인 매체 ‘아에라 닷’은 5일 “사무라이 재팬(일본 야구팀)이 한국에 극적 승리를 거두고 결승에 올랐다”며 “일본 팬들은 한국과의 재대결을 원치 않는다”라고 전하기도 했다. 한국은 여전히 위력적인 타선을 갖추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5일 경기에선 선발 투수 이의리가 5이닝을 5피안타(1피홈런) 9탈삼진 2실점으로 잘 막았지만, 타선이 제대로 터지지 않아 미국에 결승행 티켓을 내줬다. 미국 선발 투수 조 라이언에 막혀 흐름을 타지 못한 한국 타선은 불펜도 제대로 공략하지 못했다. 반면 미국은 6회를 빅이닝을 만들며 승리에 가까워졌다.

5일 일본 도쿄 가나가와현 요코하마스타디움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대한민국과 미국의 패자준결승 야구경기 4회말 미국의 마크 코로즈베리가 솔로 홈런을 치고 동료들과 기뻐하고 있다. 요코하마=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B

로이터통신은 “미국이 올림픽 야구의 디펜딩 챔피언을 상대로 두 번째 승리를 거뒀다”고 보도했다. 한국은 예선에서도 미국에서 2대4로 패한 바 있다. 그러면서 “한국이 자국 리그 최정예 멤버를 데려왔다”며 “한국 야구가 이번 대회에서 5회 이후 총 18득점을 올리는 등 뒷심에 기댄 경우가 많았지만, 미국전에는 대반격을 펼치지 못했다”라고 평했다.

이주연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