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튬이온 배터리’ 잇단 화재로 안전성 다시 도마 위…고민 깊어가는 ‘K배터리’

입력 2021-08-06 05:00
주 빅토리아주에 위치한 테슬라 대형 전지에너지 저장장치 화재 현장 모습. 7news 트위터 캡쳐.

최근 리튬이온 배터리 화재가 전 세계에서 잇달아 발생하면서 리튬이온 배터리의 안전성 문제가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배터리 수요가 늘면서 배터리 업체들 간 경쟁이 본격화되는 가운데 안전성 또한 업계의 과제가 되고 있다. 국내 배터리 업체들은 분리막 기술 등을 통해 대책을 모색하고 있다.

5일 업계와 외신 등에 따르면 호주 빅토리아주 소방당국은 지난 2일(현지시간) 호주 빅토리아주 질롱 인근 무라불 지역의 테슬라 메가팩 배터리에 난 화재를 진압했다고 밝혔다. 지난달 30일 13t 규모의 리튬이온 배터리에서 화재가 발생했는데 이후 이 불길이 다른 배터리로 옮겨붙으며 화재가 번졌다. 태양광 패널이나 풍력 터빈에서 발생하는 전기에너지를 저장하는 데 사용되는 ESS(에너지 저장장치)로, 리튬이온 전력 저장 장비 210개로 구성돼있다.

최근 미국 버몬트주에서도 GM 쉐보레 볼트 전기차에서 화재가 발생해 GM과 LG의 조사가 이뤄졌다. 화재 차량에는 LG에너지솔루션이 충북 오창 공장에서 생산한 배터리 셀이 탑재된 것으로 알려졌다. LG화학은 볼트 전기차 화재의 경우 과거 배터리 모듈 제조 공장 상에서 발생한 두 가지 결함이 동시에 발생한 점을 원인으로 보고 있으며, 구체적 대응 계획에 대해 GM과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리튬이온 배터리의 화재는 다양하게 발생할 수 있으나, 주로 양극과 음극의 직접적인 접촉으로 인한 화학 반응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배터리 내부에 쌓여 있는 양극재와 음극재 간 산화·환원 반응을 통해 에너지가 발생하는 원리를 사용하는데, 이 과정에서 양극과 음극의 접촉을 차단하는 분리막이 변형되거나 손상되면 양극과 음극이 접촉해 폭발로 이어질 수 있다. 이 때문에 양극과 음극 간 분리막을 얇으면서도 튼튼하게 만드는 것이 업계의 과제가 되고 있다.

리튬이온 배터리의 안전성 문제는 국내외 배터리 업체들의 주요한 과제가 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맥켄지는 지난해 배치된 ESS(에너지저장장치)의 양이 62% 증가했으며 시장은 2010년 말까지 27배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파이낸셜타임스가 인용한 호주 뉴캐슬 대학교의 폴 크리스텐슨 교수에 따르면 2018년 이후 총 38건의 대형 리튬 이온 배터리 화재가 발생했다.

국내 배터리 업체들도 안전성 확보를 위한 연구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 SK이노베이션은 분리막 표면을 세라믹으로 얇게 코팅해 강화시킨 분리막을 사용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양극과 음극을 완전히 분리하기 위해 ‘Z폴딩’ 기법 등 안전성을 강화하는 기술도 도입하고 있다. LG화학은 최근 배터리 소재와 기술의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며 분리막 등을 생산하는 LG전자의 화학·전자재료(CEM) 사업 인수를 결정하기도 했다.

문제는 중국 업체들의 공세에 맞서 성능 향상과 안전성과 더불어 가격 경쟁력 또한 국내 배터리 업체들의 새로운 과제가 되고 있다는 것이다. 조재필 울산과학기술원(UNIST) 에너지화학공학과 교수는 “세라믹 코팅 등으로 안전성을 강화한 분리막을 사용하거나 배터리 소재를 단단하게 설계하는 기술 등이 배터리 안전성을 강화할 수 있다”며 “전기차 업체도 단가가 높아지더라도 안전성을 강화한 배터리를 사용하는 결단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지애 기자 amo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