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MM이 사상 첫 파업의 갈림길에 선 가운데 지난 4일 HMM 노조가 청와대를 찾았다. 파업만큼은 막고 싶다며 사측과 채권단인 산업은행이 전향적으로 나올 수 있도록 정부가 나서줄 것을 요청하기 위해서였다. 김진만 HMM 육상노조위원장은 5일 “청와대에 간 건 (현 상황에 대한) 탈출구가 없어서였다”며 “저희는 마지막 순간까지도 파업을 피하기 위한 노력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HMM은 급여 정상화를 위해 임금 25% 인상과 성과급 1200% 지급을 주장하는 노조와 5.5%의 임금인상 및 격려금 100% 지급을 주장하는 사측 간 의견차를 좁히지 못해 파업의 갈림길에 서있다. 먼저 사측과 교섭을 진행했던 육상노조(사무직 노조)는 교섭 불발로 지난달 30일 중앙노동위원회에 쟁의 조정을 신청했고, 오는 11일 4차 교섭을 앞둔 해상노조(선원 노조)도 합의에 이르지 못하면 육상노조와 함께 파업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이 같은 갈등은 HMM이 유례 없는 호실적을 내면서 불거졌다. HMM은 지난 1분기 1조193억원의 이익을 냈다.
그러나 노조는 파업만큼은 피하고 싶다는 입장이다. 국내 유일의 대형 컨테이너 선사인 HMM이 파업에 돌입할 경우 수출 물류대란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최대 8년간의 임금동결과 최근의 실적을 고려했을 때 직원들에게 합당한 처우개선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HMM 임직원의 평균연봉은 6250만원으로 국내 중견 해운사보다 약 2000만원 정도 적은 수준이다.
전날 청와대를 방문했던 전정근 HMM 해상노조위원장은 ‘대통령께 보내는 서신’에서 “어려운 상황을 더는 견디지 못하는 선원들이 떠나고, 배는 설 준비를 하고 있는데 정부와 회사는 배를 또 만든다는 자축만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노조는 현재 HMM이 채권단 관리 하에 있기 때문에 산은이 실질적인 회사 운영 권한을 가지고 있다고 봤다. 전 위원장은 “정부가 나서지 않으면 산은도 크게 나서지 않을 것 같아 도움을 요청하기 위해 청와대를 방문했다”고 밝혔다. 노조는 지난 6월 산은이 전환사채를 주식으로 전환해 2조4000억원 가량의 평가차익을 올리는 등 공적자금 대부분을 회수했음에도 엑시트(투자금 회수) 방안을 제시하지 않고 뒷짐만 지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다만 산은은 임단협의 경우 노사 간에 협의를 진행할 사안이기 때문에 양측이 합의를 이룬 뒤 그에 대한 승인을 산은에 요청하는 게 맞다는 입장이다. 산은 관계자는 “노사가 협의를 진행 중인 상황에서 몇 프로 인상이 적정하다고 얘기하는 건 적절치 않다고 본다”면서도 “(임금이) 어느 정도 인상은 돼야한다고 생각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HMM 노조는 현 상황을 단순히 임금인상을 위한 싸움이 아닌 해운재건 단계에서 필요한 인적자원에 대한 투자의 일환으로 봐야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한 해운업계 관계자는 “해운재건이 탄력을 받고 경쟁력을 강화하려면 선박 같은 물적자원에 대한 투자뿐 아니라 인적자원에 대한 투자도 중요하다”며 “노조와 사측 및 결정권자 모두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대승적인 결단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정진영 기자 yo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