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에 서늘한 바람이 불기 시작한다는 입추(立秋·7일)를 앞두고 다소 선선해졌던 날씨가 다시 뜨거워졌다. 중국 남부에서 북상 중인 제9호 태풍 ‘루핏’이 뜨겁고 습한 바람을 몰고 와 당분간 폭염이 이어질 기세다. 뜨거운 수증기 탓에 푹푹 찌는 ‘찜통 더위’가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기상청은 5일 “전날 중국 산터우 남쪽 해상에서 발생한 루핏에 더해 제10호 태풍으로 발달할 가능성이 있는 열대저압부가 한반도 남부(일본 오키나와 남서쪽 해상)에 머물고 있어 당분간 열대야를 동반한 폭염이 계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루핏과 열대저압부가 머금고 있는 뜨겁고 습한 수증기는 우리나라로 향할 것으로 보인다. 이 영향으로 열대야는 다음 주에도 기승을 부릴 것으로 전망된다. 우진규 기상청 예보분석관은 “고온다습한 공기가 아침과 밤에도 기온을 떨어뜨리지 않고 남으면서 열대야 현상과 아침 최저기온이 떨어지지 않은 상태가 유지될 것”이라고 밝혔다. 루핏과 열대저압부가 한반도를 완전히 벗어날 때까지는 꿉꿉하고 실제 온도보다 체감온도가 더 높은 상황이 지속될 수 있다는 것이다. 낮에도 최고 기온이 33도 내외를 기록하면서 폭염특보가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
루핏이 올 여름 한반도 내륙에 직접 영향을 주는 ‘1호 태풍’이 될지는 미지수다. 여전히 이동 경로에 변수가 많기 때문이다. 루핏은 중국 산터우에 상륙했다가 오는 8일쯤 다시 해상으로 빠져나와 일본 가고시마 방향으로 이동할 확률이 높다. 이동 경로가 현재 예상대로라면 제주 남쪽 해상과 동해 남쪽 인근이 간접 영향권에 드는 정도여서 내륙에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