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도쿄올림픽에서 중국 배드민턴 선수가 한국 선수들과 경기 중 욕설을 해 비판을 받은 가운데 중국에서 한국 여자배구 김연경 선수의 과거 발언을 언급하며 역공하는 등 ‘물귀신 작전’을 보여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달 27일 배드민턴 여자복식 조별리그 D조 3차전에서 한국 김소영(29·인천국제공항)-공희용(25·전북은행)과 맞붙은 중국의 천칭천-자이판(이상 24)조의 천칭천이 “워차오”라는 단어를 반복적으로 외치는 모습이 방송 중계에 포착됐다.
코로나19로 인해 무관중으로 진행됐던 만큼 천칭천의 목소리는 시청자들에게 또렷이 전달됐고 해당 단어가 영어의 ‘Fxxx’과 같은 욕설임을 알아챈 홍콩과 대만 등 중국어권 팬들의 비판을 받았다. 미국의 뉴스위크도 천칭천이 경기 중 비속어를 자주 내뱉었다고 보도했다. 매체는 천칭천이 1게임에서 김소영-공희용에게 진 뒤 욕설을 했고, 이어 2게임에서도 팽팽한 접전 상황은 물론 득점 당시에도 해당 단어를 외쳤다고 전했다.
논란이 일자 천칭천은 “나의 나쁜 발음이 모두의 오해를 받으리라고 생각지 못했다”며 ‘발음 문제’였다고 해명했다. 일부 중국인 팬들은 천칭천이 외친 말이 영어로 ‘조심하라’는 뜻인 ‘Watch out (워치 아웃)’이었다며 오히려 배려였다는 주장을 펼치기도 했다. ‘워차오’가 특정 맥락에서 적대적인 표현이 아니고 때때로 분노를 표현하기도 하지만 어떨 때는 설렘을 표현한다는 등의 의견도 나왔다.
올림픽위원회(IOC)는 경기 중 욕설 행위에 대한 규정을 따로 두고 있지 않지만 세계배드민턴연맹(BWF)은 경기 중 심판이나 관중에게 또렷이 들릴 정도로 크게 모독적인 말을 하면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대한배드민턴협회도 BWF에 천칭천의 비신사적 행동에 대해 공식 항의한다고 지난 3일 밝혔다.
그러자 중국 유력 언론인 왕이 등 여러 매체들은 한국의 항의를 비판적으로 보도하면서, 한국 여자배구 대표팀의 김연경 선수를 언급하고 나섰다.
이들 매체는 김연경 선수가 2016년 브라질 리우올림픽 당시 ‘XX’라는 ‘Fxxxx’과 비슷한 의미의 욕설을 했고, 이 사실이 한국의 예능 방송 등에서 재미 요소로 언급됐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한국이 욕설 문제로 논란을 일으키려 한다면 먼저 당시 사건(김연경 발언)에 대해 입장을 밝혀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욕설 문제로 자유로울 수 없는 한국이 자숙해야 한다’는 취지의 보도도 이어졌다.
BBC 중국도 이 사태로 한국의 반중 감정이 고조되고 있다며 김연경의 욕설에 대해 당시 한국 언론들이 대체로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을 뿐 아니라 ‘식빵 언니’라는 별명까지 지어줬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현재 김연경이 ‘식빵 언니’라는 이름을 딴 90만명이 넘는 구독자를 보유한 유튜브 채널도 운영 중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김연경의 당시 발언은 자신의 공격이 실패하자 자책하는 마음에서 혼잣말을 내뱉는 입모양이 포착되며 알진 것으로 상대팀 등을 향해 육성으로 전달된 천칭천의 욕설과는 다른 측면이 많다. ‘식빵 언니’라는 별명 역시 누리꾼들이 김연경의 입모양을 포착해 ‘식빵’이라고 말한 것 같다며 장난스럽게 붙여준 것이다. 김연경 본인은 과거 MBC ‘무한도전’에 출연해 당시 상황에 대해 “변명의 여지가 없이 나오긴 했다. 한일전 때 제가 공격한 공이 미스가 나면서 저도 모르게 된 거다. 식빵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한국 누리꾼들은 중국 언론과 누리꾼들의 ‘김연경 끌어들이기’에 ‘“자신의 실책이 화나서 하는 말과 공격이 성공하고 난 후 상대를 향해 내지르는 욕설은 분명 차이가 있다. 물타기 하지 마라”며 공분했다.
이주연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