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마을버스 정책 엇박자…운행중단 검토하는데 서비스 품질 개선?

입력 2021-08-05 11:42

서울시가 마을버스 서비스 품질을 시내버스 수준으로 높인다는 목표로 정류소와 차량 등 낙후된 시설을 대폭 개선하겠다고 나섰다. 하지만 코로나19 장기화로 승객이 급감한 마을버스 회사들이 심각한 경영난에 직면해 운행중단까지 검토하고 있는 상황에서 엇박자라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시는 2026년까지 1271개 마을버스 정류소에 버스 도착정보를 알려주는 BIT(버스정보안내단말기)를 추가 도입해 현재 32.4%에 불과한 BIT 설치율을 55.5%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10대에 불과한 전기버스는 2026년까지 600대를 추가 도입‧교체한다는 목표로 구매 보조금을 지원한다.

서울시는 코로나19로 인한 승객감소로 어려움을 겪는 마을버스의 서비스 개선을 위해 이같이 투자를 확대한다고 5일 밝혔다. 하루 88만명이 이용하는 서울시내 마을버스는 지난 6월말 기준으로 139개 업체, 249개 노선, 1588대가 운행 중이다.

마을버스 서비스 개선의 주요 내용은 ▴마을버스 정류소 BIT 설치 확대 및 관리 주체 서울시 일원화 ▴친환경 전기 마을버스 및 교통약자를 위한 저상버스 확대 도입 ▴차량 내 CCTV 신형 교체 및 내‧외부 LED 안내판 설치 지원 등이다.

버스 도착정보를 알려주는 BIT를 단계적으로 확대 설치한다. 2023년까지 일일 이용객 300명 이상 주요지점 600곳에 우선 설치하고, 2026년 1271곳에 설치를 완료한다. 총 102억 원을 투입한다. BIT 관리 주체도 서울시로 일원화해 새롭게 설치를 하거나 고장 시 수리를 할 때 보다 신속하게 처리될 것으로 시는 기대하고 있다. 기존에는 해당 노선을 운영하는 마을버스 업체가 유지 관리 업무를 담당해왔다.

올해부터 무소음‧무공해로 친환경 효과가 높은 전기버스와, 교통약자의 이동편의를 위한 전기 저상버스를 확대 도입한다. 2026년까지 전기 저상버스 포함, 600대 도입을 목표로 구매 보조금을 지원할 계획이다. 현재 서울시내 마을버스 대부분은 CNG(압축천연가스) 버스로 운영되고 있다. CNG버스는 경유버스보다는 친환경적이지만 1대당 연간 이산화탄소 약 80.9톤, 질소산화물 66㎏를 배출한다. 반면, 전기버스는 오염물질 배출이 거의 없다. 시는 전기버스 본격 도입에 앞서 올해 5월부터 전기 마을버스 표준모델 결정과 충전 인프라 구축 등을 위한 계획을 수립 중이다.

시는 연말까지 마을버스 전량에 신형 고화질 CCTV 교체를 완료한다. 현재 서울시내 전체 마을버스의 50%인 822대 설치를 완료한 데 이어, 8억 원을 추가 투입해 나머지 825대에도 설치를 마무리한다. CCTV가 고화질로 교체되면 안전사고 등 마을버스 관련 각종 사건‧사고의 정확한 판단과 처리가 가능해지고, 코로나19 역학조사 등에도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노선 번호, 정류소 이름 등을 표시하는 차량 내‧외부 LED 안내판도 현재 전체 마을버스의 81%에 설치를 완료한 데 이어, 내년까지 7억 원을 추가 투입해 나머지 592대에 설치를 마무리한다.

서울시 마을버스는 준공영제인 시내버스와 달리 민영제로 운영된다. 하지만 마을버스 노선 조정 권한을 갖고 있는 서울시가 운송원가에 미달하는 부분에 대해 일정액을 재정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지난해말부터는 코로나19 상황을 감안해 버스 대당 지원한도액(19만원)을 일시적으로 폐지해 지원 폭을 늘렸다. 그러나 마을버스 회사들은 코로나19 이후 적자가 누적돼 운행횟수 감축은 물론 운행중단까지 고려하는 곳이 늘고 있다. 이에 서울시구청장협의회가 마을버스 운행감축으로 인한 주민들의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서울시의 재정지원 확대를 촉구하기도 했다.

김재중 선임기자 j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