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 손가락 없는 산악인’ 김홍빈 기념관 건립이 성사될지 눈길이 쏠린다. 광주시산악연맹과 광주시장애인체육회 등이 최근 설립추진위를 구성한 데 이어 문화체육관광부와 광주시도 긍정적 의견을 내놓았다.
5일 광주시 등에 따르면 김 대장 장례가 시작된 4일 황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염주체육관에 마련된 분향소를 찾아 헌화·분향하고 체육훈장 ‘청룡장’을 영전에 추서했다.
황 장관은 이어 김 대장의 기념관 건립 여부를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열 손가락이 없는데도 극한 도전으로 14좌를 모두 완등한 김 대장의 치열한 삶은 기억돼야 한다”며 “그의 발자취와 업적 보존을 위한 기념관 건립을 지원하겠다”고 답변했다.
그는 “김 대장이 보여준 불굴의 도전정신은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국민과 젊은이들에게 희망이 되어줄 것”이라며 “광주시와 적극적으로 논의해보겠다”고 덧붙였다. 광주시도 “인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도전을 멈추지 않은 김 대장은 우리 가슴 속에 영원한 영웅으로 남을 것”이라며 반대할 이유가 없다는 태도다.
이에 따라 김홍빈 기념관 건립은 오는 8일 영결식 이후 공식화될 것으로 보인다. 광주시산악연맹이 주축인 설립추진위가 공식 기구를 발족해 추진 일정과 방안 등을 논의할 방침이다.
추진위는 지난 5월 문을 연 서울 마포 월드컵공원 내 산악문화체험센터를 본뜬 기념관을 설립한다는 계획이다. ‘산악 그랜드 슬램’을 달성한 뒤 2011년 히말라야 안나푸르나 등반 도중 실종된 산악인 박영석 대장을 기리는 산악문화체험센터는 누구나 다양한 산악체험을 즐길 수 있도록 꾸민 다목적 공간이다.
실내·외 클라이밍장은 물론 추모의 벽, 산악캠퍼스, 기획·상설전시실, 안전교실 등 산악·문화가 어우러진 시설이 넓은 공간에 들어서 있다. 박영석 대장은 히말라야 8000m급 14좌, 7개 대륙 최고봉에 이어 2005년 남·북극점과 에베레스트 등 세계 3대 극점을 모두 정복한 세계 최초의 산악인이다.
이밖에 1985년부터 23년에 걸쳐 히말라야 8000m 14좌에 얄룽캉(8505m·2004년 5월), 로체샤르(8400m·2007년 5월) 2좌를 더해 ‘16좌 완등’의 신화를 창조한 산악인 엄홍길의 고향 경남 고성 거류면 거류산 자락에도 ‘엄홍길 전시관’이 2007년 11월부터 운영되고 있다.
김홍빈 대장은 장애인 최초로 세계 7대륙 최고봉과 히말라야 14좌 중 마지막으로 브로드피크(8047m)를 완등하고 지난달 하산을 하다가 지난달 19일 실종됐다. 그는 비장애인을 포함해도 국내 7번째, 세계 44번째 완등 기록을 세웠다.
그는 1991년 북미 최고봉 알래스카 맥킨리봉을 등정한 후 조난돼 동상이 걸린 열 손가락을 잃었다. 한동안 시름에 빠졌지만 좌절하지 않고 장애인 국가대표 스키선수 등으로 활동하며 재기해 세계적 산악인으로 명성을 쌓아왔다.
광주시산악연맹 피길연 회장은 “장례를 마친 후 지역 여론을 수렴해 김 대장의 숭고한 도전정신의 체취가 배인 기념관 건립에 나설 것”이라며 “김 대장이 생전에 애착을 갖고 운영한 ‘희망 원정대’의 명맥이 이어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