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코로나 환자 급증한 미…델타 변이 증가 때 함께 늘었다

입력 2021-08-05 06:06 수정 2021-08-05 07:54

미국에서 어린이들의 코로나19 신규 확진이 최근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신규 확진자 중 아동 비율은 최근 한 달 가까이 추세 상승 중이다.

이는 델타 변이가 지배종으로 등극한 기간과도 겹친다. 델타 변이 확산으로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한 시기에 아동 발병 비중이 높아졌다는 의미다.

아동 확진 증가의 원인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현장 의료진들은 그러나 “기존 양상과는 분명 다르다”고 입을 모았다.

가을 학기 개학을 앞둔 상황에서 아동의 백신 접종률은 크게 낮고, 마스크 착용 지침을 둘러싼 혼란도 빚어지고 있어 우려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아동 확진 늘었다
미국소아과학회(AAP)와 아동병원협회(CHA)가 집계한 최근 자료에 따르면 지난주(7월 22~29일) 아동의 코로나19 신규 확진 사례는 7만1726건(잠정치)으로 전주 3만8654건보다 85.6% 급증했다. 7월 8~15일 사이 아동의 신규 확진은 2만3551건이었다. 2주 만에 3배 이상 늘어난 것이다.

AAP는 “어린이들의 코로나19 발병률은 초여름 감소세를 보이다 7월 들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팬데믹 이후 미국에서 확진된 코로나19 아동 환자는 419만8296명(지난달 29일 기준 누적 수치)으로 전체의 14.3%가량이다. 그런데 지난주에는 한 주간 발생한 전체 신규 확진자의 19.0%를 아동 환자가 차지했다. 신규 환자 5명 중 한 명이 아동이었을 만큼 비율이 높아진 것이다.

신규 확진자 중 아동 비율은 지난 7월 둘째 주 15.7%, 셋째 주 16.8%로 계속 커지고 있다. 아동 확진 수치만 늘어난 게 아니라 전체 확진자 중 차지하는 비중도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미국에서는 주별로 아동에 대한 연령 정의가 다르다. 플로리다주는 14세, 캘리포니아주는 17세, 버지니아주는 19세까지를 아동으로 규정해 통계를 내는 식이다. AAP 데이터는 각 주가 발표한 수치를 취합한 것이어서 연령대별 정확한 수치는 확인이 어렵다.

아동 백신 접종률은 낮아
소아 전염병 전문가인 이본 말도나도 스탠퍼드 의대 교수는 “(아동 확진 비율이) 높은 수치다. 예방 접종을 받지 않은 층에서 더 많이 감염되고 있다는 걸 의미한다”고 분석했다. 성인 위주로 백신 접종이 이뤄지고 있기 때문에 델타 변이가 접종이 취약한 아동의 확진 수를 늘리고 있다는 의미다.

12~17세 아동은 미국 인구의 7.5%를 차지한다. 그러나 백신 1차 접종 비율은 43%에 그친다. 12세 미만은 아직 접종 대상이 아니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 데이터를 보면 플로리다주에서는 지난달 23~29일 사이 2만1833명의 아동(19세 이하) 신규 확진 사례가 나왔다. 이 중 12세 미만도 1만785명(49.4%)으로 절반이나 됐다. 플로리다주에서는 12~19세 청소년 백신 접종률이 1회 기준 38%(지난 2일 기준)다.

플로리다주에서는 지난 7월 24~30일까지 하루 평균 32명의 아동이 코로나19로 병원에 입원했다. 미국에서 가장 높은 비율이다.

루이지애나주의 경우 지난주 신규 확진자(1만1109명) 중 2000명 이상(18%)이 아동이었다. 뉴올리언스 아동병원 마크 클라인 주임 의사는 지난 2일 기자회견을 열고 “아이들에 대한 걱정이 그 어느 때보다 많다”고 말했다.

존 벨 에드워즈 루이지애나 주지사는 “12~18세 사이 젊은이들은 현재 지역사회 전파의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아이들은 코로나에 걸릴 수 없다거나 심각한 질병에 걸릴 수 없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고 말했다.

LA 지역 언론도 “캘리포니아주 오렌지카운티 의사들이 어린이들의 코로나19 감염 증가를 우려하고 있다. 소아과 의사들은 지난 한 달 동안 아동 확진 사례가 눈에 띄게 급증했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다만 코로나19에 확진된 아동의 치명률은 아직 낮은 수준으로 보고되고 있다. AAP는 “코로나19로 인한 중증 질환은 어린이들에게 흔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아동 환자의 입원이나 사망 사례는 드물다”고 설명했다.

확진자 10명 중 9명은 델타 변이

델타 변이의 확산 속도는 더욱 빨라졌다. CDC는 지난달 18∼31일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를 분석했더니 93.4%가 델타 변이에 의한 감염이라고 이날 밝혔다. 델타 변이 비중은 지난 7월 4~17일에는 83.5%, 6월 20~7월 3일에는 62.6%였다.

앤서니 파우치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 소장은 “하루에 100만 회 이상의 백신 접종이 이뤄지길 바란다. 그렇지 않으면 (팬데믹) 겨울까지 갈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