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상금 최대 20% 더 받게”…LH간부 출신 브로커 구속

입력 2021-08-04 20:22
국민일보DB

한국토지주택공사(LH) 퇴직자 출신의 브로커가 신도시 일대 땅 주인 등을 상대로 ‘토지보상을 많이 받게 해주겠다’며 접근해 수억원을 챙긴 혐의로 경찰에 구속됐다.

경기북부경찰청 부동산 투기사범 특별수사대는 남양주 왕숙지구 등 수도권 공공주택사업 개발지구에서 토지주 등에게 토지보상 서류 등을 작성해 주고 1억5000만원을 챙긴 전 LH 간부 A씨(60)를 변호사법 및 행정사법 위반 혐의로 구속했다고 4일 밝혔다.

뉴시스

A씨는 2008년 LH를 퇴직한 후 지난 5월까지 13년간 신도시 개발사업이 이뤄지는 13개 지역에서 땅과 건물, 영업권을 소유한 사람들에게 보상을 최대한 많이 받을 수 있게 해주겠다며 소유주 명의의 서류를 작성해주고 사례비를 받아 챙긴 혐의를 받는다.

A씨는 “보상비를 최대 20% 더 받을 수 있게 해주겠다”며 이른바 ‘컨설팅’ 대가로 1인당 평균 150~200만원을 받았고, 많게는 1500만원을 챙기기도 했다. A씨에게 속아 실제 물건명세서와 민원서 등 보상 협의에 영향을 미치는 서류 작성을 맡긴 사람은 93명으로 조사됐다.

A씨는 ‘권리금 보장이 안 되면 사업 진행에 협조하지 않겠다’거나 ‘특정 감정평가법인을 제외해달라’는 등의 물건명세서와 민원서 등 보상 협의에 영향을 미치는 서류를 만들어줬다. A씨가 이렇게 꾸며준 서류는 LH의 보상 관련 자체 심사에서 전부 걸러지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수용 토지 땅 주인들은 LH에서 토지 보상업무를 했던 간부 출신이라고 자신을 홍보하는 A씨에게 관련 업무를 맡기는 것이 불법이라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다.

경찰은 A씨가 2008년 LH에서 퇴직한 뒤 경기 화성 동탄신도시 개발 때부터 브로커 행위를 하며 챙긴 돈은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했으나, 공소시효 문제로 2016년 이후의 범죄 혐의만 밝혀졌다.

경찰 관계자는 “현행법상 변호사나 행정사가 아니면 돈을 받고 보상을 대행할 수 없다”며 “자격 없이 토지보상에 개입해 공익사업의 지장을 초래하는 보상 브로커에 대해 법과 원칙에 따라 엄중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승연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