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연합훈련이 예정대로 진행될 경우 북한이 내놓을 맞대응 카드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남북 통신선 복원 이후에 후속조치로 이어질 대화 재개나 교류협력을 지연시키는 낮은 수위부터 최악의 시나리오로는 ‘모라토리움 해제’ 선포까지 거론된다. 통신선을 재차단할 수 있다는 견해도 있지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복원을 결단한 지 얼마 안 됐고 맞대응의 효과도 크지 않다는 점에서 가능성이 작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북한은 통신선 복원의 첫 후속조치로 남측이 제안한 화상회의 시스템 구축에 별다른 호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통일부는 화상회의라는 남북 간 새로운 소통채널을 마련해 여기서 양측의 안건을 놓고 실무협의를 벌여 궁극적으로는 4차 남북 정상회담을 추진하겠다는 구상을 세웠지만, 첫 단계부터 진척이 없는 셈이다.
대북 인도적 지원도 북한의 협력을 끌어내는 데 부족하다는 의견이 많다. 이미 자력갱생을 수차례 공언했고, 중국으로부터 식량, 비료 등을 지원받는 것도 충분히 가능해 남측의 지원이 절실하지 않다는 설명이다. 북한의 통신선 복원 결정 자체가 남측의 인도적 지원을 받기 위한 목적이 아니라는 해석이 많다.
연합훈련이 시행되면 이런 상태는 더욱 장기화할 것으로 보인다. 한 대북소식통은 5일 “통신선이 복원되면 그다음에 대화, 교류협력으로 이어져야 하는데 연합훈련으로 이런 것들이 상당 부분 뒤로 밀릴 수 있다”고 말했다. 앞서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도 지난 1일 담화에서 남북 정상회담과 관련해 “확대해석” “때 이른 경솔한 판단”이라고 일축했다.
최악의 경우로는 북한이 ‘모라토리움 해제’를 선포할 가능성이 언급된다. 김 부부장의 담화를 통해 훈련 축소가 아닌 중단을 원한다는 점을 명확히 했고, 한·미연합훈련을 ‘9·19 군사합의 파기’로 규정하며 무력도발로 맞대응할 수 있다는 것이다. 김 부부장이 전반기 훈련을 앞둔 지난 3월 담화에서 ‘군사합의 파기’를 거론한 것을 두고 북한이 합의를 파기하기 위한 수순을 밟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었다.
북한이 모라토리움에 불만을 갖고 있다는 분석도 이런 전망을 뒷받침한다. 국가정보원은 전날 국회 정보위 전체회의에서 “북한이 지난 3년 동안 핵실험을 하지 않고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하지 않았는데도 미국이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았다는 데 불만이 쌓인 것으로 보인다”고 보고했다.
이 때문에 북한이 군부의 사기를 북돋고 결집을 도모하는 차원에서 도발을 감행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열병식에서 신형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등장시킨 이후 시험발사를 하지 않은 만큼 9·9절(정권수립일) 즈음에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김영선 기자 ys8584@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