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을 보좌해 국가 예산을 관리하는 조영철 청와대 재정기획관의 페이스북 내용이 논란이 되고 있다. 그는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옹호하고, 집값 상승이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주장을 담은 게시물을 다수 공유했다.
이에 대해 조 기획관이 부동산 폭등으로 신음하는 국민들의 정서와 동떨어진 목소리를 내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부동산 대책을 맡고 있는 청와대 정책실 소속 고위 공무원으로서 조 기획관이 개인 SNS 관리에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조 기획관은 지난해 1월 임명 이후 현재까지 총 180개의 페이스북 게시물을 올렸다. 그는 글을 직접 쓰지는 않고, 부동산과 코로나19 백신 관련 언론 기사나 칼럼을 공유하는 방식으로 간접적으로 자신의 생각을 밝히고 있다. 재정기획관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국가재원 배분을 점검하는 비서관급 직책으로, 문재인정부 들어 신설됐다.
문제는 조 기획관이 공유하는 컨텐츠 다수가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효과를 내고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는 것이다. 조 기획관은 지난 2월 ‘기세 꺾인 서울아파트…매물 늘고 가격낮춘 거래도’라는 제목의 기사를 공유했다. 기사에는 정부의 2·4 공급대책이 효과를 내고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그는 다음달인 3월에도 ‘서울 아파트값 진정세…실거래가격 내린 단지 속속 등장’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게재했다.
조 기획관은 집값 상승 현상이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기사도 페이스북에 다수 올렸다. 그는 지난 6월 ‘세계 주요국 집값 상승률 14년여 만에 최고’라는 기사를 페이스북에 남겼다. 지난 3일에도 ‘집값이 오르는 것은 한국만의 일이 아닌, 전 지구적 현상’이라는 내용의 한 언론사 사설을 공유했다. 현 정부의 실정으로 부동산 폭등이 벌어진 게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조 기획관은 문재인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문제가 없다는 점도 여러차레 에둘러 밝혔다. 조 기획관은 지난해 11월 ‘부동산정책 흔들리면 공든 탑 무너진다’ ‘임대차 3법에 의한 전세난은 가짜입니다’라는 제목의 칼럼을 연달아 게재했다.
조 기획관은 지난 5월 문 대통령이 취임 4주년 기자회견과 이어진 질의응답에서 “부동산 문제만큼은 정부가 할말이 없다. 기존 부동산정책을 다시 한번 재검토하고 보완하고자 하는 노력은 당연한 일”이라고 밝힌 이후에도 ‘아파트값 꼭지 보인다…하락 대비하라’는 내용의 기사를 공유해오고 있다. 곧 집값이 떨어질 것이라는 뜻으로 해석된다.
현실은 조 기획관의 페이스북 글과 다르게 흘러가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의 전국주택가격동향조사(월간) 통계에 따르면 8·4 대책 발표 직전인 지난해 7월부터 지난달까지 11개월 동안 전국 아파트값은 10.88% 상승한 것으로 조사됐다. 기존 연간 상승률과 비교하면 2006년(13.92%) 이후 약 15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매매가 뿐만 아니라 전세가도 오르고 있다. KB국민은행 부동산 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 아파트 평균 전세가격은 3억1834만원으로 1년 전(2억5554만원)보다 24.6% 상승했다.
조 기획관은 부동산 문제 뿐 아니라 각종 현안 관련 기사도 게재하고 있다. 그는 임혜숙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두 딸과 함께 해외 학회에 다녀와 논란이 됐던 지난 5월 ‘가족동반 학술대회 참석은 이해할 때가 됐다’는 주장이 담긴 칼럼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지난해 8월 정부의 공공의대 설립 정책에 반발하며 일부 의사들이 파업에 돌입하자 ‘한국의사 연봉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가장 높다’는 기사도 공유했다.
청와대는 현재 공식적으로 참모들의 SNS 활동을 제한하고 있지는 않다. 다만 정책실 소속 1급 고위공무원이 개인 페이스북에 현 정부에 대한 ‘자화자찬’ 글을 남기는 것은 맞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야권 관계자는 4일 “대통령까지 인정한 부동산 정책의 문제점을 정책실 참모들만 모르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