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1월 포항에서 발생한 지진의 인재(人災) 여부, 관련자 형사 처벌 필요성을 따져온 검찰이 최근 포항지진 진상조사위원회로부터 지열발전 책임자들에 대한 수사를 요청받고 기록을 검토하고 있다. 향후 검찰 수사는 지열발전사업이 지진을 촉발했는지의 원인 규명을 넘어 관리·감독 기관이 ‘지진 위험성을 알고도 주의 의무를 회피했는가’에 대한 확인까지 확대될 전망이다.
4일 국민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중앙지검 형사12부(부장검사 이덕진)는 최근 포항지진 진상조사위로부터 업무상 과실치상 혐의로 넥스지오 컨소시엄(넥스지오,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서울대 산학협력단)에 대한 수사의뢰를 요청받고 기록을 검토 중이다. 검찰 관계자는 “기존에 수사가 이뤄진 사안과 새로 접수된 내용을 함께 들여다볼 예정”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2019년 3월 넥스지오 대표 등에 대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상해 혐의 고소장 접수 이후 2년 4개월여간 지열발전업체 압수수색, 관계자 소환조사, 해외 전문가 의견 청취, 감사원 자료 검토 등을 병행해왔다.
조사위에서 검찰 수사가 필요하다고 새롭게 본 대목은 미소지진의 고의 축소 및 은폐와 관련된 의혹이다. 조사위는 넥스지오 컨소시엄이 수차례 발생한 미소지진 이후에도 위험성 분석과 안전 대책 수립 등을 게을리했다고 봤다. 조사위에 따르면 넥스지오 등은 미소지진 발생 시 보고 기준을 낮추고, 보고 대상 기관에서 포항시와 기상청을 제외했다. 규모 3.1 지진 발생 이후 연구기관에서 문제를 제기했으나 이를 무시하고 수리자극을 강행하기도 했다.
산업통상자원부와 에너지기술평가원, 포항시 등의 관리·감독 부실 문제가 거론되면서 검찰 수사 범위가 확대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조사위는 이들 관계기관이 지열발전사업과 지진의 연관성을 사전에 인지하거나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했고, 규모 3.1 지진을 보고 받았지만 적극적인 원인 규명에 나서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검찰은 당초 수사 초기부터 조사위의 활동 결과를 참고하겠다는 입장이었다. 모성은 포항지진 범시민대책본부 공동대표는 “고소장 접수 이후 2년이 넘는 시간이 흘렀다”며 “검찰에서 책임 소재를 신속히 밝혀 달라”고 요구했다.
구승은 기자 gugiz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