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후반기 연합훈련을 열흘 정도 앞둔 시점에서 양국 군이 본격 훈련 준비에 착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4일 군 소식통에 따르면 ‘21-2 CCPT(연합지휘소훈련) 주요지휘관 세미나’가 전날에 이어 이날에도 개최됐다. 한·미연합사령부가 주관하고 육·해·공 각군 작전사령부를 비롯한 주요 부대가 참여했다. 코로나19 확산 상황 등을 고려해 화상회의(VCT)로 열린 세미나는 폴 라캐머러 한·미연합사령관 겸 주한미군사령관이 주관했다. 우리 군 작전지휘·감독을 맡는 원인철 합동참모본부 의장도 참여해 훈련 절차 숙달과 통합 방위태세 유지를 당부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한·미 연합훈련 실시를 앞두고 이같은 주요지휘관 회의가 매일같이 열리는 점을 감안할 때 사실상 이번 하반기 연합훈련이 시작된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이번 세미나는 하반기 훈련 계획에 대한 공지와 함께 연합훈련에 처음 참여하는 미군에게 한반도 안보 환경을 설명하는 데 초점이 맞춰진 것으로 전해졌다. 라캐머러 사령관 역시 지난달 부임 이후 맞이하는 첫 한·미 연합훈련이다.
군 내부적으론 오는 10일부터 사전연습 격인 위기관리참모훈련(CMST)를 실시한 뒤 16~26일 본훈련인 후반기 연합지휘소훈련을 진행하는 계획이 마련된 상태다. 각 군은 이 일정에 맞춰 훈련 준비상황에 대한 사열도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군 관계자는 “실기동훈련은 진행되지 않지만 시뮬레이션 도상훈련의 목표와 세부 과제를 확정하는 단계”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훈련이 미치는 파장과 영향을 고려했을 때 축소·연기 가능성도 여전한 만큼 군은 당국 간 논의에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
미 국방부도 “한국 정부로부터 훈련 중단 요청을 받은 적 없다”고 밝히면서 훈련 실시 가능성에 무게를 더했다. 존 커비 미 국방부 대변인은 3일(현지시간)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의 경고 담화 이후 상황 변화에 대해 “아무것도 달라진 것이 없다”고 답했다. 그는 “광범위한 위협에 대비하고 훈련해야 할 필요성은 변하지 않았다”며 “우리는 (훈련에 대한) 결정을 (한국 정부와) 함께 내릴 것”이라고 했다.
다만 한·미 연합훈련을 예정대로 진행해도 규모·기간은 조정 가능성이 있다는 게 군 안팎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지난해 훈련처럼 이번 훈련에도 미 본토로부터 최소 인원만 투입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며, 훈련 시간 역시 줄어들 것으로 군 관계자들은 예상하고 있다.
연합훈련에 대한 군 당국의 공식 발표는 훈련 직전에나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군 관계자는 “3월 전반기 훈련(21-1 CCPT) 때도 하루 전 훈련 실시를 발표했던 만큼 이번에도 비슷한 패턴을 따라가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방부는 “코로나19 상황과 연합방위태세 유지,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여건, 한반도 평화 외교적 노력 지원 등을 종합 고려해 한·미가 협의해 결정한다는 방침에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한편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개성공단 운영 재개를 통한 남·북·미 간 신뢰 구축을 제안했다. 송 대표는 화상으로 진행된 애스펀 안보포럼에 참석해 “평화를 지키고 준비태세를 확립하기 위한 한·미 연합훈련이지만 북한은 이를 믿지 못하고 있다”며 “만일 맥도날드가 개성공단에 지점을 연다면 연합훈련이 방어적 차원의 군사훈련이라는 것을 북한도 수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성훈 기자 hunh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