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軍 지휘부에 “국민 신뢰잃어 위기…절치부심해야”

입력 2021-08-04 16:07
문재인 대통령이 4일 오전 청와대 여민관 소회의실에서 열린 군 주요 지휘관 보고 회의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은 4일 “우리 군이 절치부심하고 심기일전해서 분위기를 일신하고 신뢰받는 군으로 거듭나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공군 부사관 성폭행 사건과 청해부대 코로나19 집단감염을 비롯한 군 관련 사고가 이어지는 가운데 해이해진 군 기강을 바로잡으라고 주문한 것으로 해석된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서욱 국방부 장관과 원인철 합참의장 등 군 주요 지휘관에게 국방현안을 보고 받고 “우리 군이 몇 가지 사건으로 인해 국민들의 신뢰를 잃고 큰 위기를 맞게 됐다”며 이같이 밝혔다고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이 서면브리핑을 통해 전했다.

우선 서 장관은 공군 성폭력 피해 부사관 사건과 관련해 군 성폭력 전담조직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성범죄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를 방지하겠다고 보고했다. 아울러 성범죄 피해자 보호장치를 마련하고, 군 교정시설 실태를 점검해 개선하겠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공군 성폭력 사건은 국민들에게 큰 충격을 준 심각한 사건으로, 사전에 막지 못했을 뿐 아니라 허위 보고와 은폐, 부실 보고 등 사후 대응도 문제가 많았다”며 “기존에도 성폭력 대책이 있었지만 더욱 강도 높고 철저한 대책을 마련해 근원적으로 문제를 바로잡는 계기로 삼으라”고 지시했다. 그러면서 “공군은 환골탈태해 ‘국민 속의 군대’ ‘국민의 신뢰를 받는 군대’가 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문재인 대통령이 4일 오전 청와대 여민관 소회의실에서 열린 군 주요 지휘관 보고 회의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보고 자리에선 청해부대 코로나 집단 감염 후속조치도 논의됐다. 서 장관은 “현재 해외 파병 부대 장병 1015명 중 95%는 예방접종을 마쳤고, 백신 미접종자도 PCR 검사 결과 전원 음성으로 추후 해외 파병 인원은 백신 접종자에 한하여 선발할 것”이라며 “최신형 PCR 검사장비의 신규 보급을 추진하겠다”고 보고했다.

문 대통령은 “청해부대 사태로 인해 국민들께 큰 심려를 끼쳤지만 청해부대는 현지에서 우리 국민과 상선 안전에 대한 작전 임무를 성공적으로 수행해온 만큼 부대원들의 사기가 저하되어서는 안된다”고 당부했다.

한편 서 장관은 군 장병 55만명 가운데 93.6%가 1차 접종을 완료했고, 오는 6일까지 2차 접종을 완료할 예정이라고 보고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요양병원 등을 제외하고는 군이 최초의 집단면역 달성 사례가 되므로 일반국민들이 집단면역에 도달할 때 군의 사례를 참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독려했다.

서 장관은 여름철 폭염 대책과 관련해선 “비전투손실을 예방하고 피해방지 대책을 강화하는 한편, 온열환자 발생 시 신속하게 초동 조치하겠다”고 보고했다. 문 대통령은 “폭염에 대비한 훈련 메뉴얼이 제대로 실행되게끔 잘 챙기라”며 “야외 훈련이 가능한 온도라도 폭염 기준 온도에 근접한 경우는 훈련을 보류하거나 일정 규모 이상의 훈련 때에는 응급상황에 대비해 신속한 조치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폭염 시 필수 경계 업무도 꼼꼼히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서욱 국방부 장관이 4일 오전 청와대 여민관 소회의실에서 열린 군 주요 지휘관 보고 회의에서 문재인 대통령에게 보고 하고 있다. 연합뉴스

병영문화 개선도 현안으로 올랐다. 서 장관은 민·관·군 합동위원회를 운영해 인권보호와 조직문화 개선, 장병 생활여건 개선, 군 사법 제도 개선안을 적극 수렴하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군 자체 자정 능력을 강화해 병영문화를 근본적으로 개선해 나가겠다고 보고했다.

문 대통령은 “우리 정부 출범 이후 일과 후 휴대전화 사용 전면 시행, 병 봉급 인상, 군 의료체계 개선, 영창제도 폐지 등 많은 개혁을 해왔지만 앞으로도 장병 급식체계와 조리 여건 개선, 피복체계 개선, 생활관 및 취사식당의 개선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 달라”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군 사법 제도 개혁과 관련해 혁신적이고 과감한 발상이 필요하다”고 했다.

서 장관은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신기술을 군에 적극 도입하고 드론 산업 등을 주도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문 대통령은 “미국은 스푸트니크 충격으로 인해 달 착륙까지 성공하는 과학기술의 발전을 이룰 수 있었다”며 “군이 AI, 로봇과 드론 등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새로운 기술을 국방에 활용하는 군의 과학 역량을 높이고, 산업통상자원부나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 유관 부처와 협업을 확대하여 신기술 개발에도 노력하라”고 지시했다.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