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국민의당을 향해 “합당 의지가 별로 없어 보인다”고 거세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김종인·이준석류는 안철수 대표 측의 반복되는 협상전술에 넘어가지 않는다”며 협상 주도권을 놓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합당을 둘러싼 국민의힘과 국민의당 간 감정싸움이 더 깊어지는 모양새다.
이 대표는 4일 CBS 라디오에 출연해 “최근에는 당 대표 간 회담도 어려워하시는 것 같다 ‘합당 예스(YES)냐, 노(NO)냐’만 물어보고 있다. 오히려 국민의당이 합당 의지가 없다고 근본적으로 의심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특히 이 대표는 “제가 무슨 스토커도 아니고 3주째 (안 대표에게) ‘만납시다’ 이 이야기만 하고 있다”며 강조했다.
이 대표는 합당과 관련해 이렇다 할 진전을 보이지 않자, 이번 주를 데드라인으로 못 박으며 안 대표에게 사실상 최후통첩을 날렸다. 하지만 국민의당이 이 대표의 이런 요구에 불쾌감을 숨기지 않으면서 서로 간의 감정의 골만 깊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정치권에선 국민의힘 대선 경선이 막을 올리는 이달 30일 전까지 합당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합당은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 대표는 “안 대표 측은 다른 사람들을 상대할 때랑 김종인·이준석을 상대할 때를 다르게 생각해야 한다”며 “김종인·이준석류는 안 대표 측의 반복되는 협상전술에 안 넘어간다”고 강조했다. 합당과 관련해 안 대표의 의도대로 움직이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한 것이다. 그러면서 “자기들 머리 속에서는 어떻게든 ‘이준석·김종인은 피해가자’는 게 있을 것”이라며 “지금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이) 쉬고 있으니 이런 거다. 그분이 당에서 현직으로 계셨으면 더 난리가 났을 것”이라고도 지적했다.
이 대표는 ‘국민의힘 경선버스에 안 대표가 타야 한다고 보나’라는 질문에 “버스회사로선 승객이 많으면 좋다”며 안 대표의 경선 참여를 희망했다. 그러나 동시에 “승객이 말이 많아서 ‘버스가 혁신하면 타겠다’ ‘버스 기사가 기분 나쁘게 쳐다본다’ 이렇게 말하면 (버스는) 그냥 문 닫고 가는 것”이라고도 경고했다.
최근 국민의힘에 전격 입당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쩍벌’ 논란에 대해선 “오히려 호재가 될 수도 있다”는 입장을 내놨다.
이 대표는 “쩍벌은 뉴스가 아니다. 쩍벌이 개선되면 국민들이 뉴스로 삼을 것이고 호재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습관을 고치기란 쉽지 않은데, 고칠 경우 ‘윤 전 총장이 노력하고 있다’는 긍정적인 인상을 국민들에게 줄 수 있다는 게 이 대표의 설명이다.
이 대표는 윤 전 총장에 대해 “적응력이 누구보다 빠르다. 갈수록 언어가 정제돼 가는 느낌이 있다”고 진단했다. 다만 “지금은 정책적인 소신을 밝히는 중에 정치적이지 못한 언어로 약간 비판을 받는 경우가 있었다. 국민과 소통하며 적응해 가야 할 방향이다”고도 말했다.
손재호 기자 sayh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