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6시 이후 3인 이상 집합금지가 시행 중이던 지난달 17일 밤 12시25분. 서울 관악경찰서 신림지구대는 “옆집에 4명 이상이 술판을 벌이고 있다”는 신고를 받고 신림동 소재 한 오피스텔로 출동했다. 경찰이 해당 호수의 문을 두드리자마자 소란스러웠던 방 내부는 고요해졌고 “문을 열어 달라”는 경찰의 요구에도 인기척이 없었다. 경찰은 30여분간 현장을 지키다 신고자에게 “마약이나 도박 등 불법적인 혐의가 없는 이상 단순 소음으로는 강제 개방을 할 수 없다”고 처리 상황을 알린 뒤 발길을 돌려야 했다.
신고자는 “자정이 넘어서까지 소음이 이어져 참다 못해 신고했는데 경찰이 출동해도 ‘아무런 해결책이 없다’고 한다”며 “이후에도 며칠 동안 여러 명이 술을 마시는 것을 목격했다”고 3일 말했다. 서울 소재 경찰서 112치안종합상황실 관계자는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가 적용되면서 ‘3인 이상이 가정집에서 모여 술을 마시는 것 같다’는 신고가 많아졌다”고 전했다. 코로나19 확산세가 좀처럼 잦아들고 있지 않지만 방역 기준 인원을 어기고 몰래 사적 모임을 즐기는 시민이 많아 경찰의 고충도 커지고 있다.
현재 경찰과 지방자치단체는 합동으로 유흥업소 등의 방역 위반 단속에 나서고 있지만 원칙적으로 집합금지 단속 및 과태료 부과 주체는 지자체다. 안전신문고 앱 또는 110 전화로 신고가 접수되지만 가정집 신고는 대부분 경찰이 맡는다. 지자체 단속 인원이 가정집까지 단속할 여력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경찰은 신고가 접수되면 일단 출동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한 경찰은 “신고가 접수되면 우선 지자체에 연락해 현장을 함께 방문할 수 있는지 확인한다”며 “하지만 주로 심야 시간대에 신고가 몰리고, 지자체도 업무 과부하로 동행이 쉽지 않아 경찰이 현장을 찾은 뒤 지자체에 사건을 이관하는 식으로 대처하고 있다”고 말했다.
막상 현장에 출동한다 해도 가정집은 단속까지 이뤄지기 어렵다. 또 다른 경찰은 “문을 개방하지 않고 막아 서면 어쩔 도리가 없다”며 “신고자가 집합금지를 위반했다는 사진 등을 보내는 경우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 무작정 의심하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강제로 현장을 둘러볼 경우 사생활 침해 등 민원이 접수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문을 열라는 경찰의 요구에 “비대면으로 대화를 하자”거나 “외부인을 만나기 싫다”며 버티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이 경찰은 “차라리 업장 단속이 훨씬 편하다”고 말했다.
현장에 들어가도 계도 조치만 하고 발걸음을 돌려야 하는 경우도 있다. ‘가족 관계’라거나 ‘동거하는 사이’라고 주장하면 확인할 길이 없다. 한 경찰은 “인적사항 확인에 순순히 응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규정에 따르면 단속반은 주민등록상 주소지 동일 여부, 가족 관계 증명 서류 등을 요구할 수 있지만 현실과는 다소 동떨어진 얘기다. 보통 취객을 상대하기 때문에 협조를 구하기 쉽지 않고, ‘동거가족이 일시적으로 따로 살 경우 주민등록상 주소지가 달라도 동거가족 으로 볼 수 있다’는 식의 예외 규정들이 있어 확인이 어렵다고 한다.
현장에 출동한 경찰이 지자체 도움 없이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층간소음 등으로 접수해 조치하는 정도다. 이때는 경고 정도로 끝나는 경우가 많지만 집합금지 위반이 적발된다면 장소 제공자에게는 300만원 이하, 이용자에게는 1인당 1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경찰 관계자는 “감염병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시민 안전”이라며 “지금보다 더 적극적인 단속을 통해 ‘꼼수’가 통하지 않도록 집합금지 위반 행위에 대한 엄정한 조치를 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