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유족 측 변호사 “朴 젠더 감수성 능가할 한국男 없어”

입력 2021-08-04 04:55 수정 2021-08-04 09:52
고 박원순 서울시장의 시민분향소. 연합뉴스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유족 측 정철승 변호사가 “우리나라 그 어떤 남성도 박 전 시장의 젠더 감수성을 능가할 사람은 없었다”고 주장해 ‘2차 가해’ 논란이 일고 있다.

정 변호사는 3일 페이스북을 통해 박 전 시장의 죽음과 관련한 손병관 오마이뉴스 기자의 저서 ‘비극의 탄생’을 언급하면서 “직장, 조직 생활을 하는 중간 관리자급 이상의 모든 남성이 반드시 읽어야 할 필독서라고 생각한다. 정치인 등 공인들도 당연히 필독해야 할 책이라고 단언한다”고 말했다.

그는 “온 나라를 반년 가까이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사건치고 박 시장 사건을 객관적이고 상세히 개관할 수 있는 문헌이나 기사는 놀랄 정도로 없었다”면서 “이 책을 제외하고는 국가인권위 결정문 정도가 가장 상세한 기록일 정도로 사건에 대한 언론의 역할은 부실했다. 이 책이라도 없었다면 박원순은 역사 속에 변태 위선자로 박제화돼 버렸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 변호사는 “우리나라의 그 어떤 남성도 고 박원순 시장의 젠더 감수성을 능가할 사람은 없었음에도 그런 박원순조차 그렇게 죽었다. 물론 죽음은 그가 선택한 것이지만 그 어떤 남성도 박원순에게 가해졌던 젠더 비난을 피할 방도가 없었을 거라는 얘기”라며 “박원순이 어떤 상황에서 누구와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 그리고 그런 일들이 어떤 식으로 박원순을 죽음으로 내몰았는지 상세히 알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비슷한 사건 같지만, 나는 안희정 지사의 사건은 여하튼 안 지사가 잘못했고 나라면 그런 잘못을 저지르지 않을 거로 생각하지만, 박 시장의 사건은 도저히 그렇게 자신할 수가 없다”며 “오히려 나라면 훨씬 더 깊은 수렁으로 빠뜨려졌을 것만 같다”고 박 전 시장을 옹호했다.

앞서 정 변호사는 최근 “박원순이 우리 사회에 비친 헌신과 공헌의 빚을 우리 사회를 대신해 그 가족들에게 갚고자 하는 것”이라며 “그래서 나는 공익활동이라고 생각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하기도 했다.

정 변호사는 박 전 시장의 유족 측과 함께 기사에서 박 전 시장이 성폭력을 저질렀다고 언급한 일간지 기자를 상대로 사자명예훼손 소송을 추진하고 있다. 또 박 전 시장 유족이 국가인권위원회를 상대로 지난 4월 제기한 행정소송의 법률대리도 맡는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