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드루 쿠오모 미국 뉴욕주지사 성추행 의혹이 사실이라는 특검 수사 결과가 나왔다. 검찰은 그가 상습적으로 직원들을 성추행해 왔다고 지적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쿠오모 지사가 사퇴해야 한다고 말했다.
쿠오모 주지사는 수사 결과 발표 뒤 혐의를 전면 부인하는 내용의 사전 제작 입장문을 공개했다. 지사직 사임 의사가 없다는 사실도 재차 밝혔다.
레티샤 제임스 뉴욕주 검찰총장은 3일(현지시간) “쿠오모 주지사가 동의 없는 성적 접촉을 하고, 수많은 공격적 발언을 했으며 여성에게 적대적인 근무 환경을 조성해 전·현직 뉴욕주 직원들을 성추행했다”고 밝혔다.
제임스 총장은 피해자가 전·현직 보좌관 등 11명에 달하며, 이런 사실을 폭로한 직원에 대해 보복 조치를 한 혐의가 사실이라는 내용의 165페이지 분량 특검 보고서를 공개했다.
검찰은 쿠오모 주지사를 고발한 여성들과 쿠오모 주지사, 주 정부 관계자 등 179명을 인터뷰한 결과 그가 주(州)와 연방 법을 위반했다고 설명했다. 제임스 총장은 “인터뷰 내용과 증거는 매우 혼란스러우면서도 분명한 그림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이날 공개된 보고서에는 ‘여성이 원치 않는 더듬기, 키스, 포옹 및 부적절한 발언 등’ 쿠오모 주지사의 반복된 성추행 행동 패턴이 자세히 기록돼 있었다.
보고서에 따르면 쿠오모 주지사는 수석 비서에게 수시로 키스를 요구했고, 엉덩이를 움켜쥐었다. 그를 껴안은 뒤 블라우스 안으로 손을 집어넣어 가슴을 만지는 등의 부적절한 행동도 했다.
성희롱 수준도 심각했다. 그는 한 비서에게 파트너와의 나이 차이를 질문하며, 은밀한 곳에 문신을 새기라는 말을 하기도 했다. 또 전화로 “외롭고, 만지고 싶다. 오토바이를 타고 함께 산으로 가고 싶다”는 식으로 말한 사실도 있었다. 성생활 등 민감한 사생활을 수시로 질문했고, 출장 중 전용기에서 비서에게 스트립 포커 게임을 하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결혼을 앞둔 직원에게는 “왜 하려고 하느냐. 항상 이혼으로 끝나고, 성욕도 떨어진다”는 말도 했다.
한 직원은 “여성이 매우 굴욕적이고 모욕적이라고 생각하는 노골적인 방식으로 접근했다”고 증언했다. 수사관들은 “직원들을 극도로 불편하게 만드는 방식”이라고 기록했다.
검찰은 보복을 위해 성추행 피해 사실을 폭로한 여성의 인사 기록을 공개했다는 의혹 역시 사실로 판단했다. 수사관들은 “주지사실 분위기가 가학적이고 앙심을 품을 듯했다”고 발표했다.
수사 책임자인 김준(본명 김준현) 전 뉴욕연방남부지검장 대행은 “주지사에게 거절할 수 없고, 고위직을 화나게 하면 쫓겨나는 문화가 있었다. 목격자들은 시시덕거림이나 신체적 접촉, 부적절한 발언이 일상화된 문화를 묘사했다”며 “이런 직장 문화가 성희롱이 발생하고 지속하도록 하는 환경 조성에 기여했다”고 말했다.
쿠오모 지사의 사퇴를 촉구하는 목소리는 거세졌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쿠오모 지사에 대한 혐의가 입증될 경우 사임해야 한다고 한 지난 3월 발언을 지지하는지 묻는 질문에 “그렇다”고 말했다.
척 슈머, 커스틴 길리브랜드 등 뉴욕주 상원의원은 쿠오모 주지사 사임을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뉴욕주 민주당 하원의원들도 쿠오모 주지사 사퇴를 촉구했다.
주지사 탄핵을 총괄하고 있는 민주당 소속 칼 해스티 뉴욕주 하원의장은 “보고서에 드러난 끔찍한 결과는 그가 직무에 적합하지 않다는 사실을 나타낸다”며 “특검 보고서가 법사위에 제출됐다”고 말했다.
쿠오모 주지사는 “사실과 아주 다르다”며 수사 결과를 재차 부인했다. 그는 ‘여성을 불편하게 만들 수 있는 교류 방식’에 대해선 사과했다. 하지만 “사람들을 포옹하고 뺨에 입맞춤하는 것은 친근감을 표시하기 위한 행동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