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많은 누리꾼의 마음을 울린 사진 한 장이 있습니다. 바로 방호복을 입은 간호사가 연세가 지긋해 보이는 할머님과 화투 놀이를 하는 모습인데요. 이 장면을 공유한 1만명 넘는 누리꾼들은 “마음까지 치료해주는 것 같다”고 감동을 표했습니다.
대한간호협회에 따르면 화제의 주인공은 삼육서울병원 간호사 이수련(29)씨로 사진은 해당 병원의 응압 병상에서 촬영된 것으로 3일 확인됐습니다.
이 간호사가 기꺼이 화투 놀이에 나선 이유는 사진 속 박모(93) 할머니 때문이었는데요. 박 할머니는 지난해 8월 1일 코로나19에 확진돼 병원으로 이송됐습니다. 요양원에서 바이러스에 감염된 할머니는 고열로 기력이 뚝 떨어졌으며, 중증도 치매를 앓고 있는 상태였죠.
코로나 병동에 배치된 10여명의 간호사들은 할머니가 병실 침대를 꺼리고 낙상 위험을 고려해 병실 바닥에 매트리스를 깔았습니다. 사진 속 침대가 땅바닥에 덩그러니 놓여 있던 이유도 간호사들의 이런 배려 덕분이었죠.
하지만 고령인 할머니는 보호자도 없이 홀로 생활하는 격리병실에서 늘 적적해하고 힘들어하셨습니다. 갈수록 기력이 약해지는 할머니를 위해 간호사들은 특별한 조치를 생각해냈습니다. 바로 화투를 이용한 꽃그림 맞추기와 색연필로 색칠하기였는데요.
이 간호사는 “격리 병상에서 환자가 말을 나눌 사람이 간호사밖에 없지 않냐”며 “계속 졸기만 하는 할머니를 깨우고 달래 기운을 차리게 하는 방법이 없을지 궁리한 결과였다”라고 당시를 회상했습니다.
할머니는 그림 그리기 내내 졸기도 했지만, 이 간호사를 포함한 10여명의 간호사들은 서로 돌아가면서 그림 치료를 멈추지 않았다는데요. 할머니의 식사 챙기기부터 기저귀 갈아주기 등 어려움의 연속이었지만, 할머니와 가족의 영상통화까지 주선해주며 마음 쓰기를 아까워하지 않았습니다.
그들의 마음이 오롯이 닿은 덕분일까요. 할머니는 코로나19가 중증도에서 경증으로 바뀌고 ‘음성’ 판정을 받아 보름 만에 퇴원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간호사 경력 7년 차인 이 간호사는 코로나 병동에서 근무하며 가장 가슴이 아팠던 순간은 “입원 환자 중 3명이 사망했는데 손 한번 잡아보지도 못하고 유리창 너머 가족들과 이별하는 광경”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그는 “코로나 환자들을 돌보는 건 저도 감염될까 두렵지만 제가 할 수 있는 것은 환자들이 안심할 수 있도록 배려하는 것”이라며 “잘 치료받고 퇴원하시도록 돌봐주는 것밖에 없다”라고 덧붙였습니다.
이 간호사의 따뜻한 노고에 신경림 대한간호협회 회장은 “두꺼운 방호복을 입어 숨쉬기 힘들고 땀이 비 오듯 하는데도 환자를 정성껏 위로하고 돌보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간호사의 모습”이라며 “코로나에 지친 모든 국민에게 위로가 됐을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숨쉬기조차 힘든 방호복을 입은 채 할머니의 눈높이에서 했던 화투 놀이는 할머니에게도 참 귀한 시간이었을 겁니다. 환자를 위해 기꺼이 병상에 앉아 눈을 맞춰줬던 이 간호사의 배려야말로 코로나19를 이겨내게 한 진정한 힘이 아니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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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연 인턴기자
[아직 살만한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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