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대선주자 최재형 전 감사원장이 연일 이재명 경기지사 때리기에 나서고 있다. 유력 대선주자인 이 지사와 대립각을 세워 상대적으로 낮은 인지도를 높이겠다는 전략으로 보인다.
최 전 원장은 3일 페이스북에서 이 지사의 경기도민 100% 재난지원금 지급 방안을 ‘매표 포퓰리즘’이라고 규정하며 그를 향해 “도정 권력을 남용한 정치적 매표행위를 그만둬야 한다”고 비판했다. 이 지사는 지난 1일 재난지원금 지급 대상에서 배제된 경기도민에게 지원금을 지급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있다고 말했다.
최 전 원장은 지난달 23일 이 지사의 기본소득 공약을 ‘전 국민 외식 수당’으로 규정한 것을 시작으로, 줄곧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지난 2일 이 지사가 기본소득 공약에 대한 비판을 이른바 ‘오리너구리론’으로 맞받자, 곧바로 “동문서답 하지 말라”고 지적했다.
최 전 원장이 여권 대선주자 중 유독 이 지사에게만 십자포화를 퍼붓는 것은 포퓰리즘에 대한 우려 때문이라는 게 최재형 캠프 측 설명이다. 최 전 원장이 이 지사를 제외한 여권 주자를 공개 비판한 사례는 아직까지 없다. 최 전 원장 측 관계자는 “최 전 원장은 이 지사를 포퓰리즘의 상직적인 인물로 본다”며 “이 지사가 국민들을 호도하고 있다고 생각해 비판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 관계자는 “정책과 관련한 비판만 하고, 사적인 문제는 건드리지 말자는 게 최 전 원장의 지침”이라고 강조했다.
지난달 국민의힘 입당 이후 탄력을 받던 지지율이 최근 보합세를 보이는 상황도 ‘이재명 때리기’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1등을 때리면서 스스로를 띄우는 전략”이라며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때리는 것은 부담스러운 만큼 여권 내 대선주자 중 1위를 달리는 이 지사를 때리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황태순 정치평론가도 “최 전 원장이 풀어야 할 가장 큰 숙제는 인지도”라며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가장 앞서 나가는 말을 때리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지사 측은 최 전 원장의 공세에 일일이 대응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이 지사 측 관계자는 “최 전 원장의 최근 발언을 보면 과격한 발언도 많은 것 같은데, 오히려 (지지율을) 스스로 갉아먹는 일이 될 수도 있다”며 “지금으로서는 크게 대응할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손재호 이상헌 정현수 기자 sayh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