델타 변이 친척뻘 바이러스 국내 상륙, 경로는 아직 미상

입력 2021-08-03 17:48 수정 2021-08-03 19:55
2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신촌기차역 공영주차장 코로나19 임시선별검사소에서 시민들이 검사를 받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뉴시스

델타형 변이가 국내 코로나19 4차 유행을 주도하는 가운데 그 친척뻘 바이러스까지 국내에 유입됐다. 델타 변이보다 강력하다고 단정 짓긴 어려우나 아직 전파 경로가 드러나지 않았다는 점이 불안 요소다.

중앙방역대책본부는 3일 “국내에서 델타플러스 변이 사례가 2명 확인됐다”고 밝혔다. 델타플러스란 기존 델타 변이에서 파생된 일종의 ‘방계 바이러스’로 앞서 인도에서 처음 보고됐다. 델타플러스는 AY.1, AY.2, AY.3으로 다시 나뉜다. 이 중 앞의 두 종류는 바이러스 표면의 스파이크 단백질 염기서열에 ‘K417N’이라는 변이를 가지고 있다. K417N은 베타와 감마 변이 바이러스에서 관측됐으며 면역 회피력을 떨어뜨리는 것으로 추정된다.

국내에서는 AY.2와 AY.3가 각기 따로 보고됐다. 시간순으로는 AY.3 사례가 앞섰다. 50대 남성 A씨로 미국 여행 이후 지난달 23일 귀국해 확진됐다. AY.2 확진자는 40대 남성 B씨로 지난달 26일에 확진 판정을 받았다. B씨의 감염 경로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해외 여행력도 없고, 동거가족과 직장 동료 등 280여명을 검사했으나 아들 외엔 추가 확진자도 나오지 않았다.

방역 당국은 델타플러스가 기본 코로나19 바이러스 대비 2.7~5.4배 높은 중화항체 회피 능력을 갖추고 있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실제 A씨와 B씨 모두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2회 접종한 뒤 14일 넘게 지난 상황에서 감염됐다. 정부는 다만 델타플러스가 델타 변이보다 특별히 더 강력하다는 근거는 없다고도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새 변이의 위협을 과대평가해서도, 과소평가해서도 안 된다고 강조한다. 아직 델타플러스 확진자도, 관련 연구도 적기 때문이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새로운 변이는 기존 바이러스의 증식과 복제 과정에서 발생한 오류의 산물”이라며 “국내에서 자체적으로 델타플러스가 발생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변이 바이러스 검출률은 다시 한번 큰 폭으로 뛰었다. 방대본이 지난달 25~31일 국내 감염 사례를 대상으로 실시한 2765건의 유전자 분석 결과 67.6%인 1869건에서 주요 변이가 확인됐다. 직전 주 대비 9.6% 포인트 올랐다. 유형별로는 델타형이 61.5%로 가장 많이 검출됐다.

방대본은 앞서 지난달 15일부터 2주 동안 시범사업으로 운영했던 델타 변이 유전자 증폭(PCR) 검사법을 전날부터 정식 확정검사로 전환해 쓰기 시작했다. 18개 시·도에 설치된 보건환경연구원에서 주요 변이 4종의 감염 여부를 보다 빨리 판정할 수 있게 된 셈이다.

송경모 기자 ss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