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국가 중 유일하게 8강 토너먼트에 오른 한국 여자배구 대표팀(랭킹 13위)의 상대는 강팀 터키(4위)로 결정됐다. 터키와의 경기에서 승리해야 45년 만의 올림픽 메달 획득이란 숙원에 한 발짝 더 다가가게 된다.
한국은 4일 일본 도쿄의 아리아케 아레나에서 터키와 8강전 진검승부를 펼친다. 조별리그 각 조 3위끼리의 대결이다. 한국은 A조에서 3승2패(승점 7)를 기록해 브라질(승점14) 세르비아(승점 12)에 이어 3위에 올랐고, 터키도 3승2패(승점 9)로 미국(승점 10) 이탈리아(승점 10)에 이어 3위를 차지했다.
올림픽에선 이탈리아에 뒤진 조 3위를 기록했지만, 터키는 세계랭킹에서 이탈리아(6위)를 앞서는 강팀이다. 한국은 터키와 국제대회에서 9번 만나 2승(7패)밖에 챙기지 못했다. 지난 6월 열린 국제배구연맹(FIVB) 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에서도 한국은 세트 스코어 1대 3으로 무릎을 꿇었다.
다만 한국은 그동안 올림픽 무대에서 보여준 투지 넘치는 플레이로 터키전 승리를 넘본다. 지난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 한국은 당시 상대전적에서 9연패를 기록 중이던 이탈리아를 상대했음에도 3대 1로 쾌승을 거둔 바 있다. 게다가 이번엔 어느 때보다도 대표팀 구성원들이 하나로 뭉친 상태다.
김연경은 조별리그 3차전 세르비아전 직후 “누가 뛰든 안 뛰든 서로 응원을 해준다. 그게 원 팀이다. 하나의 팀이라는 게 느껴져 더 힘을 내게 된다”고 했다.
세르비아전에 이어 오전 9시 경기가 잡힌 것도 컨디션 조절에 유리할 전망이다. 이번 대회는 아침부터 늦은 밤까지 경기마다 스케줄의 변동이 커 선수들이 컨디션 조절에 유독 애를 먹고 있다. 한국은 지난 2일 오전 9시에 세르비아전(0대 3 패)을 짧게 치른 반면 터키는 같은날 오후 2시20분에 러시아올림픽위원회(ROC)와 풀세트 접전을 펼쳤다. 몸 상태에서 우위를 보일 수 있는 이유다.
한국의 퍼포먼스엔 ‘아시아의 자존심’까지 달린 모양새다. 이번 대회에서 지난 대회 우승팀인 중국은 물론 개최국 일본까지 조별리그에서 조기 탈락했다. 올림픽 참가팀이 12개국으로 고정된 1996년 애틀란타올림픽 이후 8강에 오른 아시아 국가가 한 팀밖에 없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1976년 몬트리올올림픽 이후 45년 만의 메달 획득에 도전하는 한국 선수들은 침착하게 칼을 갈고 있다. 김연경은 “우리는 어떤 부분도 (8강) 상대보다 강하다고 할 수 없다”며 “공수 모든 부분에서 표준 이상을 해내야 한다”고 말했다.
도쿄=이동환 기자 hu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