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슬링 류한수, 8강 좌절 눈물… 패자부활전에 마지막 기대

입력 2021-08-03 15:57 수정 2021-08-03 15:59
올림픽 레슬링 대표 류한수가 3일 일본 지바 마쿠하리 메세 A홀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레슬링 그레코로만형 남자 67kg급 16강전에서 이집트의 무함마드 엘 사예드에 패배한 뒤 눈물을 흘리고 있다. 연합뉴스

코로나19 악재로 역대 최소인 2명만 출전한 올림픽에서 한국 선수들은 혼신을 다했지만 역부족이었다. 한국 레슬링의 마지막 희망인 류한수(33)가 8강 진출에 실패하며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최중량급 김민석(28)에 이어 류한수까지 탈락하며 한국 레슬링은 45년 만에 올림픽 ‘노메달’ 위기 상황이 코 앞에 닥쳤다. 류한수를 이긴 상대가 결승에 진출해, 패자부활전 기회를 얻는 게 현재로선 최상의 시나리오다.

류한수는 3일 일본 지바 마쿠하리 메세홀A에서 열린 남자 레슬링 그레코로만형 67㎏ 16강전에서 이집트의 무함마드 엘 사예드에게 6 대 7로 아쉽게 패했다.

시작부터 불운이 따랐다. 같은 체급 출전 선수가 16명에서 17명으로 한 명 늘어남에 따라 2명의 선수는 32강 격인 사전 경기를 치러야 했는데 추첨으로 류한수가 뽑혔다. 류한수는 알제리의 압델라멕 메라벳을 8 대 0으로 이겼지만, 16강에 직행한 선수보다 체력 소모를 한 셈이다.

류한수는 16강 경기 초반은 일방적으로 끌려갔다. 경기 시작 20초 만에 메치기를 당해 4점을 줬고, 이후 그라운드 기술로 2점을 더 내줬다.

2세트에선 상대를 강하게 밀어붙이며 수 차례 시도 끝에 추격의 불씨를 살렸다. 경기 종료 1분20여초를 남기고 태클에 성공해 2점을 획득했다. 하지만 더 큰 기술이라 판단해 비디오판독을 신청했는데 받아들여지지 않아 1점을 잃었다.

류한수는 포기하지 않고 계속해서 점수를 차곡차곡 쌓아갔고, 경기종료 16초를 남기고 태클까지 성공해 6 대 7까지 추격했다. 하지만 시간이 부족해 결국 경기를 뒤집진 못했다.

올림픽 레슬링 대표 류한수가 3일 일본 지바 마쿠하리 메세 A홀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레슬링 그레코로만형 남자 67kg급 16강전에서 이집트의 무함마드 엘 사예드와 맞서고 있다. 연합뉴스

류한수는 이번 패배로 그랜드슬램(세계선수권·아시아선수권·아시아경기·올림픽 우승) 달성에도 실패했다. 류한수는 세계선수권대회(2013·2017년) 아시안게임(2014·2018년) 아시아선수권대회(2015년)에서 우승했지만, 올림픽과는 인연이 없었다. 2016 리우올림픽에선 판정 불이익을 받아 눈앞에서 메달을 놓쳤다.

다만 메달 획득의 불씨가 완전 꺼진 것은 아니다. 류한수를 이긴 엘 사예드가 결승에 진출할 경우, 패자부활전을 통해 동메달 획득에 도전할 수 있다. 엘 사예드는 준결승에 진출한 상황이다.

류한수가 동메달 획득에 실패할 경우 한국 레슬링은 1976년 몬트리올올림픽 이후 첫 레슬링 노메달이 된다. 지난 1일 남자 레슬링 그레코로만형 130㎏급 김민석도 16강에서 탈락했다.

레슬링은 한국에 금메달 11개, 은메달 11개, 동메달 14개를 안긴 대표적인 효자종목이었지만, 점차 쇠퇴기를 맞고 있다. 열악한 인프라로 선수 수급이 어려워지면서 ‘예전만 못하다’는 평가가 나왔다.

특히 이번 올림픽에서는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으면서 최악의 올림픽을 맞이했다. 지난 5월 올림픽 출전권이 걸린 세계 쿼터대회를 앞두고 대표팀 내에 코로나19 집단감염이 발생해 대다수 선수가 출전조차 못하면서 김민석과 류한수, 단 2명만 올림픽에 출전할 수 있었다. 두 선수는 훈련 상대인 파트너 선수도 없이, 체급이 다른 서로를 상대하며 현지 훈련을 소화해야 했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