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억 든 가방 보낼게. 운송비만 부탁해” 로맨스스캠 일당 징역 3년

입력 2021-08-03 14:29 수정 2021-08-04 11:15

온라인 상에서 가공의 인물을 사칭해 이성의 호감을 얻은 뒤 돈을 뜯어내는 이른바 ‘로맨스 스캠’ 현금 전달책이 징역 3년을 선고받았다.

제주지방법원 형사2단독(부장판사 이장욱)은 사기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태국 국적의 A씨(49)에게 징역 3년을 선고했다고 3일 밝혔다.

A씨는 로맨스 스캠 일당의 현금 전달책으로, 범행에 사용할 계좌를 모집하고 계좌에 입금된 돈을 송금하는 일을 했다. A씨와 함께 범행에 가담한 성명불상자 3명은 각각 총책, 유인책, 인출책 역할을 맡았다.

A씨 일당은 지난해 1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영국 맨체스터에 거주하는 영국 국적의 토목 사업가를 가장한 닉네임 ‘E’로 B씨에게 접근해 친분을 쌓기 시작했다.

한 달 뒤 이들은 B씨에게 100억원을 여행용 가방에 담아 보낼 테니 운송비를 대신 내달라고 속여 2400만원을 뜯어냈다.

A씨는 범행 과정에서 “가방을 받으면 그 안에 있는 돈으로 운송비를 돌려주고 나중에 자신이 한국에 가면 함께 집과 자동차를 사자”고 B씨를 속였다. 캐리어의 운송 상태를 확인할 수 있는 운송회사 사이트 주소와 운송 상태 확인에 필요한 계정을 알려주어 B씨의 의심을 피했다.

그러나 A씨 일당은 B씨에게 100억원 상당의 돈이 담긴 캐리어를 발송한 사실이 없었고, 피해자에게 알려준 운송회사 사이트는 범행에 사용하기 위해 허위로 제작한 것이었다.

A씨 일당은 이와 비슷한 방식으로 2019년 11월부터 2020년 4월까지 B씨를 비롯한 여러 피해자로부터 총 31회에 걸쳐 3억9100만원을 받아 챙겼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잘못을 인정하고 반성하고 있지만 사건 범행의 내용과 수법, 피해자의 수, 피해 규모 등에 비춰 죄질이 불량한 점을 고려해 형을 정했다”고 밝혔다.

A씨는 항소장을 제출했다.

한편 ‘로맨스 스캠(Romance Scam)’은 해외에서 타인의 소셜미디어 계정을 해킹하거나 허위로 소셜미디어 계정을 만든 뒤 그 계정을 이용해 피해자와 친분을 쌓아 돈을 뜯어내는 신종 범죄 수법이다.

피해자로부터 신뢰를 얻어 돈을 빌리거나 각종 물건을 국내로 보내겠다고 부탁하며 통관비와 운송비 명목으로 금원을 요구하는 방식으로 피해자들에게 금원을 편취하는 조직화된 국제 범죄다.

제주=문정임 기자 moon1125@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