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시무 7조’를 올려 화제를 모은 조은산씨를 만났다. 윤 전 총장은 조씨에게 “우직하게 두들겨 맞다가 KO를 노리는 타이슨 같은 정치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고 한다.
조씨는 3일 블로그에 글을 올려 윤 전 총장을 만난 비화를 전했다. 조씨는 “서울 광화문 인근 한 식당에서 윤 전 총장을 만나 식사를 겸한 대화를 100분가량 이어갔다”고 밝혔다.
윤 전 총장은 조씨를 만나 “‘시무 7조’를 읽고 한 시민의, 직장인의, 가장의 분노가 강하게 와닿아 인상이 깊었다”는 소감을 전했다고 한다. 조씨는 지난해 8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문재인정부의 부동산, 경제 정책 실패를 풍자한 상소문 형태의 글을 올려 화제를 모은 바 있다.
조씨가 “그 글로 인해 인생이 뒤틀렸는데, 나만 뒤틀리진 않은 것 같다”며 자신의 얘기를 빗대 윤 전 총장에게 조국 수사를 한 이유를 물었다고 한다. 이에 윤 전 총장은 “조국 수사는 정의도 아니고 정치도 아니었다. 그건 상식이었다”고 답했다고 조씨는 설명했다. 그러면서 윤 전 총장은 “나는 법을 말할 때 정의와 연관 짓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 정의도 결국 인간의 사적 감정이며, 검사가 정의감에 물든 순간 공정을 잃을 가능성이 있으므로 검사는 정의보다 윤리와 상식에 근거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윤 전 총장은 또 “부당한 압력이 들어왔을 때 힘을 발휘하는 게 정의”라며 자신의 정의관을 설명했다. 조씨는 “정권을 향하던 검찰의 수사에 구체적으로 묻지는 않았으나, ‘수사 당시 정권의 압력이 굉장히 지속적이고 부드럽게 그러나 굉장히 강력하게 밀고 들어왔다’고 했다”고 전했다.
조씨와 윤 전 총장은 저출생, 기본소득 등 전반적인 사회 현안에 이야기도 나눴다고 한다. 조씨는 “윤 전 총장이 여권의 유력 후보가 말하는 기본소득에 대해 ‘시도는 있었지만 성공은 없었다’고 일축했고, 사회 취약계층을 향해 낮아질수록 두터워지는 복지 정책이 더욱 효과적일 것이라 했다”고 설명했다.
조씨가 “요리조리 피하는 메이웨더, 우직하게 두들겨 맞으며 KO를 노리는 타이슨 중 어떤 정치를 하겠느냐”고 묻자, 윤 전 총장은 망설임 없이 ‘타이슨’을 꼽았다고 한다. 조씨는 이에 “요즘 심하게 얻어맞고 계시던데 잘 어울린다”고 했고 윤 전 총장은 크게 웃었다고 한다.
조씨는 “야권의 거물급 정치인이라기보다는 선글라스 하나 걸치면 영락없을 마을버스 기사 아저씨에 가까웠다”며 윤 전 총장과 만난 소감을 전했다. 윤 전 총장의 최근 발언 논란과 관련해서는 “그가 정제되고 정략적인 언사에 치중했다면 지금의 윤 전 총장은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강보현 기자 bob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