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시무 7조’ 상소문으로 이름을 알린 진인(塵人) 조은산씨와 만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조씨는 3일 자신의 블로그에 글을 올려 윤 전 총장과 7월 중순쯤 서울 종로구 광화문 인근 한식당에서 만난 사실을 공개했다. 그는 글에서 “(윤 전 총장은) 먼저 시무 7조를 읽고 한 시민의, 직장인의, 가장의 분노가 강하게 와닿아 인상 깊었다고 그 소감을 전했다”고 했다.
이 자리에서 조씨는 윤 전 총장에게 ‘조국 수사를 왜 했느냐’고 물었다. 해당 글에 따르면 윤 전 총장은 “조국 수사는 정의도 아니고 정치도 아니었다. 그건 상식이었다”고 답했다고 한다. 윤 전 총장은 또 “나는 법을 말할 때, 정의와 연관 짓는 걸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조씨는 “그의 논거는 정의도 결국 인간의 사적인 감정일 뿐이며, 검사가 정의감에 물든 순간 수사는 공정을 잃을 가능성이 있으므로 직업인으로서의 검사는 정의보다 윤리와 상식에 근거해야 한다는 점이었다”고 당시를 되짚었다.
기본소득에 대한 대화도 오갔다. 조씨는 “(윤 전 총장이) 기본소득에 대해 ‘시도는 있었지만 성공은 없었다’며 일축했고, 복지 사각지대로 내몰린 아이들을 비롯해 노약자, 장애인 등 사회 취약계층 및 근로 무능력자를 향해 낮아질수록 두꺼워지는 복지 정책이 더욱 효과적일 거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조씨는 자리가 마무리될 무렵 “‘한 대도 안 맞으려 요리조리 피하는 메이웨더, 우직하게 두들겨 맞으며 KO를 노리는 타이슨, 둘로 비교하자면 어떤 스타일의 정치를 하고 싶은가’라고 물었다”고 소개했다. 이어 “그는 생각할 겨를도 없이 타이슨이라 답했다”고 했다. 조씨는 자신이 직접 만났던 윤 전 총장에 대해 “그의 철학은 확고했고 그만큼 그의 말 또한 직설적이었다”고 평했다.
안명진 기자 a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