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에 감염된 미 공화당 소속 정치인 두 명이 백신 예찬론을 폈다. 한 명은 백신 접종을 완료한 상태에서 돌파 감염됐고, 다른 한 명은 코로나19를 얕잡아보며 접종을 받지 않다가 감염됐다.
증세는 180도 달랐다. 백신 접종자는 가벼운 독감 증세만 보이고 있는데, 비접종자는 중증 환자가 돼 죽을 고비를 겨우 넘겼다.
린지 그레이엄 공화당 상원의원은 2일(현지시간) 트위터에 “의회 의료진으로부터 코로나19 확진 통지를 받았다”고 밝혔다. 그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지난해 12월 백신 접종을 완료한 상태였다. 미 상원의원 중 돌파감염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다.
그레이엄 의원은 “지난 주말부터 독감 같은 증상이 나타났고, 오전 의사 진료를 받았다”며 “축농증 증상이 있는데 가볍다. 열흘 정도 격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레이엄 의원은 “백신을 맞아서 정말 다행이다. 안 맞았으면 지금 같지 않고 증상이 훨씬 나빴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테네시주에 지역구를 둔 데이비드 버드 공화당 하원의원이 안타까운 사연의 주인공이다.
버드 의원은 지난해 “언론이 코로나19를 정치화하려고 선정적으로 다루고 있다”는 내용의 테네시주 하원 결의안 340호에 찬성표를 던졌던 인물이다. 그는 코로나가 한창이던 지난해 11월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고 본회의장에 들어갔고, 동료의원과의 만찬도 참여했었다. 하지만 코로나 확진으로 지난해 12월 5일 병원에 이송돼 55일간 집중치료실에서 지냈다.
버드 의원은 지난 주말 “코로나바이러스는 우리를 죽이고 싶어 하는 질병”이라며 백신 접종을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그는 성명에서 “어리석게도 나는 바이러스가 고위험군에만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고 믿었다”고 했다. 이어 “코로나19가 번개처럼 내 폐를 점령했다. 점점 더 아팠고, 점점 더 불안해졌다. 모든 호흡이 고통이었다”며 “내가 세상을 보는 마지막일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 순간은 정말 두려웠다”고 고백했다.
버드 의원은 치료 과정에서 간이 나빠져 황달을 앓았고, 간 이식이 없으면 죽을 수 있다는 말까지 들었다고 했다. 그는 기적적으로 지난 6월 12일 간 이식을 받았다.
버드 의원은 “내 경험을 길게 쓴 건 다른 사람들이 피부색이나 경제적 지위, 정치적 성향을 상관 안 하는 적에 대항해 행동하도록 돕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예방접종을 망설이는 사람의 걱정은 이해하지만, 코로나는 현실이고 매우 위험하다”며 “제발 진지하게 받아들이라. 우리를 분열시켜서는 안 되는 문제”라고 강조했다.
델타 변이가 확산하면서 방역 방침을 놓고 공화당 의원 사이 분열의 모습도 감지되고 있다. 코로나19 백신 의무접종이나 마스크 의무착용에 찬성하는 의원들이 나오고 있어서다.
한편, 백악관은 백신을 한 번이라도 맞은 미국 성인 비율이 70%를 기록했다고 이날 밝혔다. 이는 조 바이든 행정부가 지난 7월 4일 독립기념일에 달성하려고 했던 목표치다.
외신들은 델타 변이 확산에 따른 위기감이 백신 접종을 주저했던 세력을 대거 접종장으로 옮겼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델타 변이가 확산하면서 코로나 환자와 백신 접종 건수가 모두 늘어나는 이례적인 추세로 이어지고 있다”며 “코로나19가 최근 백신 비접종자를 중심으로 퍼졌기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