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C간 ‘가오갤’ 제임스 건, 봉준호 ‘기생충’ ‘괴물’ 보고 배웠다

입력 2021-08-02 17:20 수정 2021-08-02 17:24
제임스 건 감독이 '더 수어사이드 스쿼드' 용병 블러스스포트 역을 맡은 로버트 뒤보아에게 디렉팅을 하고 있다. 워너브라더스 코리아 제공

제임스 건 감독이 ‘더 수어사이드 스쿼드’로 DC코믹스의 슈퍼 빌런 보물창고에 숨결을 불어넣었다. 그는 영리하게 관객들에게 사회부적응 악당 영웅 캐릭터들에게 빠져들도록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었다. 그리고 그 소외된 악 안에서 선을 엿볼 기회를 선사했다.

제임스 건 감독은 2일 한국 언론과의 화상 인터뷰에서 “DC 코믹스는 75년 동안 쌓여온 슈퍼 빌런의 보물창고다. 쿨한 캐릭터나 쓸모없고 웃겨 보이는 캐릭터도 있다”라며 “미국 액션 영화들이 자기 복제가 되면서 같은 구조와 반전에 비슷한 캐릭터가 나오면서 개성이 보이지 않았는데 다른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더 수어사이드 스쿼드’는 데이비드 에이어 감독이 연출하고 지난 2016년 개봉한 ‘수어사이드 스쿼드’를 다시 만든 작품이다. 할리퀸(마고 로비)과 릭 플래그 대령(조엘 킨나만)과 슈퍼 빌런들의 배후에 있는 아만다 윌러(비올라 데이비스)만을 놔두고 연출과 각본을 아예 새로 짰다. 이전 ‘수어사이드 스쿼드’는 ‘영화를 보고는 할리퀸만이 남았다’ 등의 혹평을 들었지만, 이번 작품은 슈퍼 빌런들의 개성이 각각 도드라지는 각본과 연출을 선보였다.

제임스 건 감독이 2일 한국 언론과 화상 인터뷰를 하고 있다. 워너브라더스 코리아 제공

제임스 건 감독은 “어렸을 때 저의 성장 환경을 보면 정상적인 아이로 여겨졌지만 소외됐다고 생각한다. 소외된 인간상에 자연스러운 끌림이 있고 그들도 소속감을 원한다”며 “안티 히어로가 좋은 사람이라고 여겨지지 않을 수 있다. 그런데 선한 사람도 많은 일을 겪다 보면 안티 히어로가 될 수 있다. 안티 히어로 내면에도 선함이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감독은 영화에서 할리퀸의 비중을 줄이면서도 성장 과정에 집중했다. 그는 “할리퀸이 자기를 표출하는 방식이 광기라고 보일 수 있지만 자기 머릿속에서는 성장하고 있다. 이건 독창적인 성장이다”라며 “자기 안에 이전에 없던 선함을 발견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만화 역사상 가장 대단한 캐릭터다. 슈퍼맨, 원더우먼, 아이언맨과 견줘도 뒤지지 않는다. 할리퀸은 원작 캐릭터의 모습을 보여주려고 했고 마고 로비보다 더 뛰어난 배우를 생각할 수 없었다”고 덧붙였다.

감독은 히어로와 빌런의 그림을 설계하고 이들을 조합해서 스토리를 만들었다. 스토리의 중심을 잡아주는 용병 블러스스포트(로버트 뒤보아)와 ‘자유와 평화’를 위해 전쟁도 불사하는 피스메이커(존 시나)의 조합도 이를 통해 탄생했다.

슈퍼 빌런 중에서 가장 멍하고 느긋한 캐릭터로 나온 폴커도트맨은 제임스 건 감독이 재창조하다시피 했다. 감독은 “폴커도트맨은 60년대에 만들어진 마초적인 캐릭터인데 가진 파워도 바꾸고 비극적인 배경도 만들었다”고 말했다. 랫캐처 2(다니엘라 멜키오르)는 쥐를 다루는 슈퍼파워를 지닌 랫캐처의 딸을 상상해서 만들었다. 킹 샤크(실베스터 스탤론)은 원작에선 인간의 지능을 가졌지만, 영화에선 좀 더 낮은 지능으로 묘사된다.

제임스 건 감독이 '더 수어사이드 스쿼드' 출연진과 함께 단체 사진을 찍는 모습. 워너브라더스 코리아 제공

그래서인지 ‘더 수어사이드 스쿼드’에선 서사보다 캐릭터가 빛난다. 감독은 수많은 슈퍼 빌런 캐릭터들을 모두 살리는 절묘한 균형을 잡아냈다. 제임스 건 감독은 “모든 캐릭터는 영화에 들어간 이유가 있다. 폴카도트맨은 최약체로 취급받지만 이 모습을 드러내면서 다른 캐릭터들이 그를 받아들이고 사랑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또한 ”할리퀸의 경우 기회주의적인 캐릭터이고 랫캐처2는 악인이지만 인간적인 면을 가지고 있다. 캐릭터들이 균형감을 이루고 서로 영향을 주는 것이 하나의 퍼즐처럼 흥미로웠다”고 말했다.

이런 캐릭터들의 묘사에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DC 확장 유니버스(DCEU)의 장점으로 꼽혔다. 제임스 건 감독은 “이번 작품에서 많은 재량권을 가진 것은 이 작품이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이었기 때문이고, DC가 새로운 것을 바랐기 때문이기도 하다”며 “마음대로 끌고 갈 수 있었고 편집권이 자유로웠다”며 “마블은 가족 영화였다면 이번 DC 영화는 성인 영화였다”고 비교했다.

그는 “솔직히 말씀드리면 한국에 있는 영화들이 가지고 있는 마법을 미국 영화에 적용하고 싶었다. 한국영화는 장르를 잘 섞고 혼합해 매력적인 영화를 만든다. ‘기생충’과 ‘괴물’이 그렇다. 액션 영화를 보면 특유의 분위기가 혼합돼 있다”며 “‘더 수어사이드 스쿼드’에 그런 분위기를 가져와서 다양한 장르적 변주를 보이고 싶었다”고 말했다. 4일 개봉.

김용현 기자 fa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