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과대학과 같이 전문직을 양성하는 대학에 재학 중인 대학생이 사고로 사망했다면 손해배상액을 산정할 때 미래에 의사로서 받게 될 수입을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전문직으로서 소득을 얻을 상당한 개연성이 인정된다면 전문직 취업자의 일반통계에 근거해 배상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교통사고로 사망한 A씨의 유족들이 가해차량 운전자 B씨의 보험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 상고심에서 원심판결 중 일실수입 손해에 관한 원고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일 밝혔다. 일실수입이란 사고가 발생하지 않았을 경우 피해자가 받았을 것으로 예상되는 장래소득을 뜻한다.
2014년 9월 B씨는 음주운전을 하다 도로를 건너던 A씨를 쳐 사망에 이르게 했다. 사고 당시 A씨는 만 24세의 의대생이었다. 유족들은 이 사고가 없었다면 A씨가 대학을 졸업한 후 의사 국가시험에 합격해 65세까지 의사로서 수입을 얻을 수 있었을 것이라며 이에 대한 손해배상을 주장했다.
1심과 2심 모두 B씨의 과실을 인정해 보험사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1심 재판부는 “무직자나 학생과 같이 불법행위 당시 일정한 수입이 없는 피해자의 장래 수입상실액은 보통 일반 사람이면 누구나 종사하여 얻을 수 있는 일반노동임금을 기준으로 해야 한다“며 ”피해자의 학력이나 경력 등을 참작하여 그 수입을 책정할 수는 없다“고 판시했다. 일실수입 산정 시 전직종 평균소득을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다. 2심 재판부도 1심의 판단을 그대로 받아들였다.
하지만 대법원은 특정한 기능이나 자격을 가지고 있어 장차 얻을 수 있는 소득에 대한 상당한 개연성이 인정되는 경우에는 전문직 취업자의 통계로 일실수입을 산정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A씨는 3학년 1학기까지 본과 학점 평균이 3.01점으로 성적이 양호했고, 유급이나 휴학 없이 3학년을 마친 의대생의 경우 의사국가고시 합격률이 92%~100%라는 것이다. 대법원은 “A씨가 장차 의사로서 종사할 상당한 개연성이 인정된다”며 사건을 다시 돌려보냈다.
박성영 기자 ps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