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힘 초선들 만난 尹…“대선 출마 개인적으론 불행, 패가망신 길”

입력 2021-08-02 16:23

국민의힘에 입당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2일 대권 도전과 관련해 “개인적으로는 불행한 일이고 패가망신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부족한 능력을 갖고도 정권 연장을 저지하는 데 뛰어들겠다고 한 것은 열심히 일하는 사람이 좌절하는 나라가 돼선 안 되겠다는 생각 때문”이라고 부연했다.

윤 전 총장은 오전 국민의힘 초선 모임인 ‘명불허전 보수다’ 강연에서 “이게 가문의 영광이라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대통령에 도전하겠다는 생각은 사실 검찰총장 퇴임 때까지도 갖지 못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어 “모든 걸 던지고 모든 사람에게 손가락질 당할 각오를 해야 한다”며 “전직 대통령 사법처리도 해봤지만 그게 한국의 현실”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명예나 인간관계를 다 버리고 국민과 나라를 위해 해볼 생각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윤 전 총장은 ‘제왕적 대통령제’와 관련해선 헌법이 아니라 대통령의 권력 통제가 이뤄지지 않는 게 문제라며 민정수석실 폐지를 재차 강조했다. 일각에서 거론되는 ‘내각제 개헌’에 대해서는 “정권 말기 대선을 앞두고 내각제 운운하는 것은 헌법에 대한 모독”이라고 일축했다.


윤 전 총장은 이날 국회 본청과 의원회관을 동분서주하며 국민의힘 식구들과의 ‘밀착 스킨십’에 주력했다. 이준석 대표 등 국민의힘 지도부와 만나선 “국민의힘과 함께, 정권교체를 바라는 다양한 국민과 함께 확실하게 정권교체를 해낼 수 있도록 모든 걸 바치겠다”고 다짐했다. 회의장 벽면에 붙은 ‘로딩 중’ 배터리 그림에 빨간색 스티커 2개를 붙이며 ‘경선 버스 탑승’을 알리는 퍼포먼스도 했다.

이후 본청 2층에 있는 국민의힘 원내대표실과 정책위의장실, 정책국과 홍보국 등을 돌며 당직자들에게 ‘손하트’ 인사를 건네는 등 친근감을 표시했다. 의원회관에서는 사무처 노조와 만나 국민의힘 당헌·당규집을 선물받았다.

국민의힘 사무처 당직자와 보좌진들을 만난 자리에서는 자신을 ‘정치 초년생’으로 부르며 한껏 몸을 낮추기도 했다. 윤 전 총장은 “국정감사를 받으면서 의원님만이 아니라 보좌진들이 얼마나 힘이 세고 무서운지 제가 잘 알고 있다”며 “제가 정치 초년생이다보니 여러분께서 저에게 가르칠 일이 있다면 언제든지 기탄 없이 말씀을 달라”고 했다.

국민의힘 소속 의원실을 일일이 돌며 자리에 있던 의원 및 보좌진들과도 인사했다. 정진석 의원이 “더불어민주당에 비해 당원 수가 턱없이 부족하다. 당원 배가 운동을 몸소 실천해달라”고 당부하자 윤 전 총장은 “고맙다”고 화답했다. 이후 당내 대선 경쟁자인 김태호 박진 윤희숙 하태경 의원과도 만나 ‘입당 신고식’을 치렀다.

한편 윤 전 총장이 최근 “부정식품이라도 없는 사람은 선택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싸게 먹을 수 있게 해줘야 한다”고 말한 게 뒤늦게 알려지면서 여권을 중심으로 비판이 제기됐다. 이에 대해 윤 전 총장은 기자들과 만나 “국민 건강과 직결되지 않는데 기준을 너무 높이고 형사처벌까지 하는 건 검찰권 남용이라는 취지였다”고 반박했다. 윤 전 총장 측 김병민 대변인은 “보름 전 기사를 왜곡해 네거티브 정치에 몰입하는 범여권 정치인들이 상대 후보 흠집내기에 올인하고 있다”며 “구시대 정치행태에 참담한 심정”이라고 지적했다.

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