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성동구 성락성결교회(지형은 목사) 정문에 대형 냉장고가 등장했다. 그 안에는 보기만 해도 시원한 생수가 가득 찼다. 근처를 지나는 누구든지 냉장고를 열고 한 병씩 가져갈 수 있다. 교회가 지역 주민들을 위해 준비한 작은 마음이다.
지난달 25일부터 교회가 마련한 생수는 주민들의 무더위를 시원하게 날려주고 있다. 처음 아이디어를 제안한 이성도 남전도회연합회장은 1일 “연일 이어지는 불볕더위에 주민들을 섬길 방법을 생각하다가 생수를 준비하게 됐다”고 밝혔다. 평범한 물 한 병 같지만 어떤 이들에게는 의미가 크다. 냉장고가 없어 냉수 한 잔 먹기 어려운 소외 이웃들, 편의점조차 갈 시간이 없는 택배기사들, 땡볕에 폐지를 이고 나르는 어르신들에게 생명수와 같다.
이들이 항상 시원한 물을 마실 수 있도록 남전도회연합회는 매일 저녁 냉장고를 채운다. 이 회장은 “교회가 대로변에서 한 구역 떨어져 있어서 물을 마시러 여기까지 올까 생각했는데, 많게는 하루에 200병의 생수가 나가는 것을 보면서 힘을 얻었다”면서 “며칠 전 교회 앞에서 만난 주민이 ‘교회가 지역을 위해 애써줘서 고맙다’고 했을 때 보람이 있었다”고 전했다.
이번 생수 나눔 사역은 점차 입소문이 나면서 지역사회도 힘을 보탰다. 성동구 상공회, 성동구청 안심상가센터, 어린이 박물관 헬로우뮤지움 등에서 생수를 후원하겠다고 나섰다. 교회는 지역의 협력으로 9월 초까지 냉장고를 운영할 계획이다.
지형은(성락성결교회) 목사는 “교회의 본질은 ‘동네교회’다. 지역사회와 함께 가야 하는 것”이라며 “교회와 지역사회가 한 공동체가 되어 선한 영향력을 끼칠 수 있어 기쁘다”고 전했다.
박용미 기자 m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