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게 올림픽은 필요 없다!”
올림픽 참가자의 입국 초반 14일 활동 제한 의무를 해제하고 일본 도쿄 시내 대중교통을 처음으로 이용한 2일 아침. 도쿄 올림픽스타디움 인근 정류소로 향하던 중 신주쿠 도심에서 신호대기를 위해 정차한 버스 안으로 확성기로 퍼지는 구호 소리가 들려왔다.
사거리 한쪽 도보에서 ‘올림픽 취소’를 요구하는 집회가 벌어졌다. 15명가량의 집회 참가자 주변에 ‘NO TOKYO 2020’(도쿄올림픽 반대)를 적은 종이 팻말이 펼쳐졌다. 경찰관 3명은 집회 참가자들에게 무언가를 설명했다.
도쿄 시민들에겐 익숙한 풍경인 것일까. 버스 승객 대부분은 차창 밖으로 시선을 주지 않고 쪽잠을 청하거나 스마트폰 화면에 고개를 파묻었다. 집회에 관심을 보인 건 버스 안의 일부 외국인들뿐이었다.
스마트폰을 꺼내 차창 밖 집회 현장을 촬영했다. 이때 집회 참가자 무리에 있던 중년 남성 1명이 버스 쪽으로 다가와 ‘Cancel the Tokyo Olympics’(도쿄올림픽을 취소하라)를 영어로 적은 팻말을 들어올렸다. 그는 출발한 버스가 시야에서 사라질 때까지 팻말을 내리지 않았다.
이날은 도쿄올림픽 개막일(7월 23일)로부터 11일째 된 날이다. 도쿄올림픽 조직위원회(조직위)의 방역 지침에 따른 최소 3일의 자가격리 기간을 개막일부터 해제하기 위해 지난 19일 입국한 해외 참가자는 이날부터 여러 통제에서 벗어난다.
경기장과 메인프레스센터(MPC) 같은 올림픽 시설과 숙소로만 제한됐던 활동 공간을 벗어나도 방역 지침 위반이 아니다. MPC 인근 환승 터미널로 일제히 집결한 뒤 각자의 목적지로 흩어지는 미디어 전용 버스, 혹은 큰돈을 지불해야 하는 택시에 의존하지 않아도 먼 거리를 찾아갈 수 있다. 도쿄 시내 지하철과 버스를 이용하면 된다. 조직위는 입국 후 방역 수칙을 위반하지 않고 15일째 체류한 해외 취재진에게 출국 시점까지 무료로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있는 카드를 지급한다.
일본으로 들어온 뒤 14일간 통제를 받아온 길을 벗어나자마자 가장 먼저 목격된 것은 ‘올림픽 취소’ 집회였다. 전체 일정의 절반을 넘겨 폐막일(8월 8일)을 엿새 앞둔 시점까지 올림픽 취소를 요구하는 일본 내 여론이 수그러들지 않았음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일본 내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는 도쿄올림픽 개막 이후에도 급증하고 있다. 도쿄도는 지난 1일 “하루 신규 확진자 수가 3058명으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해외 참가자를 일본 내 코로나19 확진자 급증의 매개로 지목할 근거는 제시되지 않았다. 해외 참가자의 대부분은 백신을 접종했고, 일본 내 공항 검역을 통과한 전원은 코로나19 음성 결과를 증명했다.
감염을 걱정하는 건 해외 참가자도 마찬가지다. 무료 대중교통 카드를 수령하기 위해 MPC를 찾은 한 캐나다 기자는 “무료라고 해도 대중교통을 마음껏 이용할 수 없을 것”이라며 “도쿄의 확진자 수가 심각하게 늘었다”고 걱정했다.
도쿄=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