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지역 자치구가 장애인을 위한 정책 개발에 경쟁적으로 나서고 있다. 별도의 기금을 조성하거나 장애인예술제를 개최하는 등 장애인이 살기 좋은 여건을 만들고 있다.
광주 서구는 “이달부터 장애인 전용 주차구역에서 징수한 주정차 위반 과태료 수입금을 장애인 편의 제공과 복지 증진에 사용하도록 별도의 기금운용에 들어갔다”고 2일 밝혔다. 지자체가 이 같은 기금조성을 하는 것은 전국에서 처음이다.
서구는 이를 위해 사회복지기금에 장애인 전용 주차구역 위반 과태료 자금계정을 신설했다. 그동안 장애인주차구역 주정차위반 과태료는 일반회계 예산에 편입돼 다양한 복지사업 재원으로 활용돼왔다. 하지만 서구는 이 과태료가 장애인을 위한 사업에만 제한적으로 사용되도록 과태료 부과 목적을 한정한 것이다.
서구는 이에 따라 다음 달부터 공영주차장뿐 아니라 대규모 아파트 단지 등 장애인 주차구역 전체에 대해 구획선, 노면 표시 도색, 표지판 보수 등 장애인 주차여건을 우선 개선하는 등 각종 장애인 편의시설을 보완하는 데 이를 투입할 방침이다.
서구는 장애인 주차구역과 시설물에 대한 예산지원 신청을 오는 16일부터 받는다고 밝혔다.
남구 역시 지난해 12월 ’제1회 장애인 문화예술제’를 개최하는 등 몸이 불편한 이들의 문화예술 창작지원 활동에 힘을 쏟고 있다.
‘예술에는 장애가 없다’는 구호를 내건 예술제는 댄스, 합창, 국악, 시 낭송, 밴드, 수어중창 등 10개의 공연으로 꾸며졌다. 이 행사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을 구별하지 않고 문화의 가치를 공유하는 자리가 됐다.
남구는 올해 들어서도 장애인의 문화예술 활동을 돕기 위해 ‘장애인 문화예술단(합창단)과 창작단’을 구성했다. 지난 4월 중순 모집 공고에 이은 공개 오디션과 창작품 심사 등을 통해 49명의 단원을 선발했다.
25명으로 구성된 문화예술단은 매주 수요일 전직 광주팝스오케스트라·동구합창단 지휘자의 지도를 받으며 합창연습을 하고 있다.
나무에 그림을 그리는 우드버닝과 시·수필 작품을 쓰는 문학반 등 20명이 참여한 창작단 역시 관련 문화단체와 함께 매주 창작활동을 벌이고 있다.
이들은 연말 안에 합창공연과 작품전시회, 출판 기념회 등을 통해 갈고닦은 실력을 선보일 예정이다.
남구의 장애인 정책은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 최근 관내 기초생활보장수급자와 차상위 계층의 장애인 1571명을 대상으로 한 실태조사에서 장애인 대부분이 ‘남구는 살기 좋은 곳’이라고 응답했다.
남구가 장애인 정책개발 기초자료 수집을 위해 실시한 실태조사에서 응답자 72.6%는 “장애인이 살기에 어떤 곳이냐”라는 설문에 “매우 편리한 곳 또는 편리한 곳”이라고 답변했다.
답변 장애인 10명 중 7명 이상이 남구에서 장애인으로서 삶을 꾸리는 데 긍정적 평가를 했다는 것이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일상생활에서 가장 힘든 점을 묻는 데 대해 응답자 32.6%가 ‘건강이 악화될까 하는 두려움’을 꼽았다.
북구도 코로나19에 지친 장애인 생활 지원을 위해 1인 가구 재가 장애인 400명에게 ‘마음 건강 오감 꾸러미’를 배달하는 등 장애인 보살피기에 여념이 없다.
북구 장애인직업 재활시설에서 생산한 제품인 오감 꾸러미에는 우드 스피커(청각), 아로마베갯속(후각), 새송이버섯과 쿠키 세트(미각) 등 오감을 자극하는 물품이 담겼다.
북구와 시는 내년부터 장애인 성폭력 등으로 영화 ‘도가니’의 소재가 된 이후 폐쇄된 광주 인화학교 청각·언어 장애인을 위한 복지관을 양산동 옛 근로청소년복지회관 부지에 건립한다. 수어교육실과 언어치료실, 청력검사실, 직업재활실 등을 갖춘다.
문인 북구청장은 “장애인이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도록 가려운 곳을 찾아 긁어주는 정책개발에 더욱 관심을 가질 것”이라고 말했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