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한정판으로 출시된 나이키 덩크 로우, 일명 ‘범고래’의 정가는 11만9000원이다. 하지만 1일 기준 한 리셀 온라인 플랫폼에서 프리미엄가가 붙은 30만40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지난해부터 리셀테크(리셀+재테크)를 시작한 오모(26)씨는 “일상에서 신기 좋거나 유명 브랜드와 협업한 제품이면 가격이 엄청 뛴다”고 설명했다. 오씨는 “마음에 들지만 구하기 어려운 신발은 리셀로 구매하기도 하고, 프리미엄이 붙어 이득을 볼 수 있는 건 재테크로 이용한다”고 말했다.
백화점 업계도 MZ세대의 높아진 재테크 관심을 마케팅 수단으로 적극 활용하고 있다. 특히 신발 리셀 매장 오픈이 활발하다. 가품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리셀샵이 오프라인화되고 있는 트렌드에 맞춘 것이다. 롯데백화점은 영등포점 1층을 MZ세대를 겨냥해 전면 리뉴얼하면서 업계 최초로 오프라인 신발 리셀 매장 ‘아웃오브스탁’을 선보였다. 지난 2월 오픈한 더현대서울은 중고거래 플랫폼 ‘번개장터’와 손잡고 ‘BGZT랩’을 선보였다. 주고객층은 30대 이하다.
지난 4월 갤러리아백화점도 압구정동 명품관에 프리미엄 리셀 신발 편집숍 ‘스태디움 굿즈’를 오픈했다. 이곳 신발 가격은 60만원에서 300만원까지 다양하다. 갤러리아백화점 관계자는 “리셀링이 부동산 청약처럼 재테크 수단으로 인기를 얻고 있다”며 “매출도 중요하지만 MZ세대 고객들을 매장으로 유인하려는 목적이 크다”고 말했다.
금거래소가 백화점에 등장하기도 한다. 지난달 롯데백화점은 업계 최초로 잠실점에 한국금거래소를 오픈했다. 최근 2030세대가 금 투자에 적극적인 분위기를 겨냥한 움직임이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신규로 유입되는 고객의 60% 수준이 MZ세대”라고 말했다.
실제로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KRX금시장의 올해 상반기 거래대금은 1조160억원으로 지난해 보다 43% 증가했다. 특히 개인투자자 절반 이상(52%)이 30대 이하로 나타났다. 안전자산에 대한 수요가 늘면서 MZ세대의 금 시장 유입이 빠르게 증가하는 모습이다.
이에 백화점 업계는 문화센터의 재테크 강좌도 함께 강화하고 있다. 신세계백화점은 이번 여름학기 재테크 강좌를 지난 봄학기 대비 24% 늘려 선보였다. 신세계 아카데미의 재테크 강좌가 결혼이나 가계 부양, 자녀 교육 등을 목적으로 30대 고객 사이에서 꾸준히 인기를 끌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백화점 역시 재테크 강좌를 지난해보다 2배 이상 늘렸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사회적 거리두기를 감안해 일부 강의를 온라인으로도 제공하다보니 젊은 세대의 반응이 좋다”고 말했다.
정신영 기자 spiri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