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형, 윤석열과 ‘文때리기’ 경쟁…양강 구도 굳히기 전략

입력 2021-08-01 18:27
최재형 전 감사원장이 1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 음식 문화거리를 찾아 상인들과 거리를 돌며 이태원의 상황에 대해 이야기를 듣고 있다. 최종학 선임기자

‘모범생’ 최재형 전 감사원장이 연일 문재인정부를 때리며 ‘공격수’로 변모하고 있다. 국민의힘 입당을 기점으로 보수층을 향해 방향키를 고정한 모양새다. 한 배에 탄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이른바 ‘반문(반문재인) 경쟁’을 벌이는 동시에 9월 15일로 예정된 1차 예비경선(컷오프) 이전 양강 구도를 굳히겠다는 전략으로 보인다.

최 전 원장은 1일 “자영업자들이 코로나19의 가장 큰 피해자인데, 정부가 재난지원금이라는 명목으로 모든 사람에게 동일한 돈을 주는 건 정치적 매표행위”라는 비판을 날렸다. 그는 이날 서울 용산구 이태원 음식문화거리를 방문해 코로나19 여파로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들을 만났다.

최 전 원장은 상인들과 면담하고 휴업한 가게 등을 돌아본 뒤 “절절하고 생생한 목소리를 듣고 나니 너무 가슴이 답답하고 마음이 아프다”며 “방역제도 개선이 분명히 필요하고, (정부가) 백신 확보를 하지 못한 데 대한 책임도 져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모든 국민이 코로나로 인해 피해를 보고 있지만, 특히 자영업자들이 더 큰 피해를 받았다. 국가의 한정적 재원으로 다 보상하는 게 어렵다면 피해가 많은 곳에 지원이 집중돼야 하는 원칙은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재형 전 감사원장(왼쪽)이 지난 29일 청와대 앞에서 '드루킹 댓글 사건' 관련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는 국민의힘 정진석 의원을 지지 방문해 격려하고 있다. 연합뉴스

최근 그의 행보와 발언을 보면 ‘반문 투사’ 이미지 부각에 초점을 맞춘 모습이다. 지난 31일 기자들에게 보낸 메시지에서는 현 정부의 최저임금 인상 정책을 두고 “범죄와 다름없다”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문재인정부의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 정책이 역설적으로 최저임금을 받지 못하는 근로자를 양산하고 있다”며 “(정책은) 실패해놓고 선한 의지나 진정성 같은 말을 하는 것은 무능을 감추려는 변명에 불과하다”고 했다

현 정부 부동산 정책에 대해서는 “부동산 가격 상승 책임을 여전히 정부 정책 실패로 인정하지 않고 국민 탓을 한다”고 지적했으며, 여당이 밀어붙이는 언론중재법 개정안과 관련해서는 “정상적 취재 활동마저 위축시키려는 언론장악법을 막기 위해 싸우겠다”고 밝혔다.

최 전 원장은 지난 29일 ‘드루킹 댓글 조작’에 항의하며 청와대 앞에서 1인 시위를 하던 정진석 의원을 찾아가 “대통령이 분명한 유감 표명 및 사과를 하지 않는다면 앞으로 다시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며 문 대통령을 직접 겨냥하기도 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1일 서울 여의도 북카페 하우스에서 열린 청년 정책 토론회 '상상23 오픈세미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최종학 선임기자

정치권에서는 윤 전 총장의 조기 입당으로 최 전 원장이 더욱 공격적으로 나설 것이란 관측이 많다. 강력한 경쟁자가 경선 레이스에 예상보다 빨리 뛰어들면서 당심과 지지층 확보 문제가 더욱 시급해졌다는 것이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최 전 원장으로서는 국민의힘 지지층 흡수를 위한 ‘최재형의 시간’이 필요했는데, 윤 전 총장의 입당으로 그 시간을 잃게 됐다”고 설명했다.

박상병 인하대 정책대학원 교수는 “최 전 원장이 반문에 나서는 데는 내부적으로 전술적 포석이 있는 것 같다”며 “최근 행보를 보면 윤 전 총장과 함께 ‘문재인 때리기’ 경쟁을 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다만 “국민의힘 경선은 ‘누가 윤석열의 대항마가 될 것인가’를 두고 싸움이 전개될 터인데, 추격자 입장인 최 전 원장이 윤 전 총장 방식을 쫓아가서는 승산이 낮다”고 지적했다.

최 전 원장은 오는 4일 비대면 온라인 방식으로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할 예정이다. 법치와 통합, 치유와 미래를 키워드로 한 정책 비전도 밝힌다.

지호일 강보현 기자 blue5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