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도전을 선언한 국민의힘 소속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1일 지사직 사퇴를 공식 발표했다.
원 지사는 이날 오후 제주도청 탐라홀에서 도지사 사퇴 기자회견을 열고 “정권 교체를 위해 대통령 선거에 출마한다”며 “약속했던 임기를 다하지 못해 죄송하다”고 밝혔다.
원 지사는 “사임을 결심하기까지 오래 망설였고 법적으로 지사직을 유지하면서 당내 대선 경선을 치를 수도 있지만 대한민국이 망가지고 있는 모습을 더 이상 지켜볼 수 없다”며 “정권교체를 위해 모든 걸 걸겠다는 저의 절박함을 이해하고 함께 해달라”고 했다.
이어 “지난 7년 간 높은 경제 성장과 일자리 확충, 제주 환경 보전을 위해 노력했다”고 자평하고 “그러나 제2공항 등 마무리 짓지 못한 일들이 있고 코로나19 위기가 지속되는 중에 직을 내려놓게 돼 죄송하고 안타깝다”고 했다.
그러면서 “2일 도의회에 지사 사퇴통지문을 전달하고 12일 0시 행정부지사 대행체제로 넘어가기 전까지 남은 열흘 간 법적인 지사로서 책임을 다하겠다”며 “특히 코로나 방역을 최우선 순위로 인수인계하겠다”고 밝혔다.
원 지사는 앞서 25일 서울에서 대권 도전을 공식 선언했다. 당초 지난달 중순 사퇴 예정이었으나 코로나19 감염 확산에 따른 비판 여론을 의식해 사퇴 일정을 미뤘다.
도정 공백도 본격화됐다.
원 지사의 사퇴로 제주도는 내년 6월 1일 지방선거까지 남은 10개월 간 구만섭 행정부지사 대행체제로 꾸려진다.
한 달 전 부임한 외부 인사로 정무적 판단이 어렵고 중요한 정책을 결정하거나 새로운 사업을 결정하는데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인사 규정 상 고영권 정무부지사가 지사와 함께 사퇴해야 해 1차 산업과 의회, 도민 소통 분야에도 차질이 예상된다.
제주지역은 지난 6년 간 추진 여부를 놓고 찬반 논란이 이어져 온 제주 제주2공항 건설사업이 최근 환경부의 전략환경영향평가 부동의로 사실상 무산되면서 찬성 단체들의 반발이 계속되고 있다.
코로나19 감염자 수는 지난달 역대 최다를 기록하는 등 휴가철 코로나 확산에 대한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특히 백신 접종이 대상 인구(57만5116명) 대비 16%(9만3040명) 가량 진행된 상황에서 도내·외에 변이 바이러스에 의한 돌파감염이 증가하면서 도민들의 혼란과 피로도도 깊어지고 있다.
지역사회에선 “대선 출마의 뜻을 품어온 원 지사가 지사직을 내려놓는 것은 예정된 수순이었다”면서도 “이례적인 국가적 감염병 사태와 제주 관광 정책사에 변곡점이 될 제2공항 이슈가 정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대선 일정이 시작돼 제주도정이 중요한 시기 구심점 없이 돌아갈 처지에 놓였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편 원 지사는 서울 여의도 국회 앞 용산빌딩 10층에 대선 캠프를 차리고 지지자들과 본격적인 대선 레이스에 들어간다. 국민의힘은 오는 30일 후보 접수를 시작해 9월 15일 여론조사 100% 방식으로 8명을 추리는 1차 컷오프를 진행한다.
제주=문정임 기자 moon1125@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