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주택 논란’ 김현아 SH사장 후보자 자진 사퇴…“국민께 죄송”

입력 2021-08-01 15:00 수정 2021-08-01 16:42
자진 사퇴한 김현아 서울주택도시공사(SH) 사장 후보자.

다주택 논란으로 물의를 빚은 김현아 서울주택도시공사(SH) 사장 후보자가 낙마했다. 서울시의회가 부적격 의견으로 인사청문 경과보고서를 채택한 이후 일부 부동산 처분 의사를 밝혔으나 ‘내로남불’ ‘꼼수’라는 부정적 여론이 확산되자 결국 사퇴한 것이다.

김 후보자는 1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SH 사장 후보자에서 사퇴합니다. 저를 지지하고 비판하신 모든 국민께 죄송합니다”라는 글을 남겼다. 김 후보자는 남편 명의를 포함해 서울 강남구 청담동 아파트와 서초구 잠원동 상가를 포함해 4채의 부동산을 보유하고 있다.

그는 지난달 27일 시의회 인사청문회에서 다주택과 관련해 “내 연배상 지금보다 내 집 마련이 쉬웠고, 주택 가격이 오름으로써 자산이 늘어나는 일종의 시대적 특혜를 입었다”고 해명해 논란이 일었다. 시의회는 김 후보자에 대해 ‘부적격’ 의견이 담긴 인사청문회 보고서를 의결했다. 김 후보자는 29일 부동산 4채 중 부산 아파트와 오피스텔을 이른 시일내 매각하겠다고 밝혔지만 비판 여론은 가라앉지 않았다.

시의회 민주당은 30일 입장문에서 김 후보자가 과거 노영민 전 대통령 비서실장 등 청와대 인사들의 다주택을 강하게 비난한 점을 들어 “역대급 내로남불”이라며 자진 사퇴를 거듭 촉구했다. 국민의힘 대권주자인 홍준표 의원도 SNS에 “서민주택 공급책임자에 다주택자를 임명하는 것은 부적절한 인사권 행사”라며 오세훈 서울시장에게 김 후보자 지명 철회를 촉구했다. 이에 오 시장은 김 후보자에 대한 임명을 강행할지, 지명을 철회할지 심각하게 고민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시의회 청문회 결과와 상관없이 서울시장은 SH 사장을 임명할 수 있지만, 다주택 보유 문제가 워낙 민감한 이슈인데다 비판 여론이 거세지자 지명 철회보다는 김 후보자 스스로 물러나는 형식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김 후보자는 오 시장이 지난 4월 취임한 후 처음으로 지명한 산하 기관장이며, 서울시의회가 서울시와의 협약으로 산하기관장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실시한 이후 첫 낙마사례다. 김 후보자 사퇴로 오 시장의 부동산 정책 추진에도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특히 김 후보자의 다주택 보유 사실이 지난해 국회의원 재산 공개 당시부터 알려졌던 내용이라는 점에서 서울시의 인사검증시스템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시 관계자는 “부동산 4채를 보유한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부동산 보유 목적과 세부 내용까지 파악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며 “오 시장이 유사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인사 검증시스템 보완을 지시했다”고 전했다. 서울시는 이른 시일 내 새 후보자를 지명할 방침이다.

김재중 선임기자 jjkim@kmib.co.kr